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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불매운동' 불만 지핀 남양유업 '불가리스'…누가 기획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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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머니투데이

지난 13일 열린 남양유업 심포지엄 모습/사진= 남양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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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발효유 '불가리스'의 코로나19(COVID-19) 억제 효과를 골간으로 한 연구결과 발표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고발과 소비자 불매운동 촉발 등 역풍을 맞고 있다. 남양유업에서 불가리스의 코로나19 면역연구와 기자간담회를 기획, 지시한 인물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에 관한 연구결과 발표로 소비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운동 조짐이 일고 있다. 실험결과를 과도하게 부풀려 소비자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괘씸죄'가 적용된 탓이다. 2013년 대리점 물량밀어내기 갑질 사태가 불거지면서 치명상을 입은 남양유업은 이후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의 집행유예 중 마약 투약 혐의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불매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주주들의 비난수위도 갈수록 거세다. 불가리스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77.8% 억제효과 발표일인 지난 13일 남양유업 주가는 8% 이상 급증했다가 이튿날부터 3일간 14% 이상 급감했다. 종목 토론방에선 "이정도면 해외토픽감", "남양유업을 상장폐지 해야 한다" 등 조롱과 비난 글이 꼬리를 물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남양유업은 심포지엄을 통해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식약처는 식품의 질병에 대한 효과를 광고했다고 판단하고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남양유업이 지원한 연구비, 심포지엄 임차료 지급 등 남양유업의 금전적 지원으로 연구발표가 이뤄진 관계로 볼 때 순수 학술 목적을 넘어 사실상 불가리스 제품을 홍보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셀프연구'라는 비판이 따르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남양유업의 자정기능이 상실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충분히 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연구를 지시하고, 연구비용을 지원하고, 기자를 불러모아 자료를 공개하는 동안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발표가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이광범 대표이사 뿐 아니라 경영에서 물러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비가 투입되고 이처럼 중대한 결정을 오너 의견없이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 홍 회장이 깊숙히 관여돼 있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같은 판단 배경에 홍 회장의 과거 전력을 거론한다. 홍 회장은 건설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경험이 있고, 광고대행사에 경쟁사인 매일유업 비방글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기소의견으로 송치되는 등 무리한 경영판단을 해왔다는 평가다. 홍 회장은 대리점 갑질 논란 이후에도 장부조작, 밀어내기 의혹으로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받았지만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이 대표를 대리인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홍 회장의 남양유업 지분은 51.68%다.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 측은 "이번 발표가 누가 주도한 프로젝트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세포단계 실험임에도 이렇게까지 확대해석될 줄은 미쳐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세포단계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코로나19 관련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인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아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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