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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백신 기술 공유돼야” 석학 175명의 제안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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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4월 16일 브라질 파라주 모주 지역에서 한 남성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고있다. 브라질은 두번째로 사망율이 높은 나라다. 지난 주 만도 4000명이 코로나로 죽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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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코로나 백신 3차 접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면역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3차 접종 후 매년 반복 접종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영국, 유럽연합 등도 미국의 결정에 따를 전망이다. 이 경우 주요국이 다시 백신을 대량으로 쓸어가 한국처럼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는 집단 면역이 더욱 요원해진다. 전직 국가 정상과 노벨상 수상자 등 석학 175명이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코로나 백신 특허 효력을 한시적으로 멈춰 달라”는 내용의 공동 서한을 보낸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은 “세계 많은 나라가 접종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선 세계 경제가 재건될 수 없다”며 “백신 기술은 공유돼야 한다”고 했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조셉 스티글리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등이 이름을 올렸다.

현재 백신을 한 명도 맞지 못한 나라는 50국에 달한다. 한국의 접종률도 국민의 2.66%에 불과하다. 반면 영국은 55.08%, 미국은 37.9%에 달한다. 접종이 늦은 나라들은 현실적으로 주요국의 백신 접종이 빨리 일단락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백신 수요가 줄어야 수급에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요국 접종이 세 번, 네 번으로 늘어나면 이마저 기대할 수 없다. 특허권을 잠정 중단해 세계 각국에 복제 백신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지금도 각국 정부는 위급한 상황에서 강제실시권을 발동해 특허를 정지할 수 있다. 1990년대 아프리카 국가들이 강제실시권 발동으로 1인당 1만달러의 에이즈 약값을 1달러로 낮춘 사례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은 공정이 까다로워 백신 개발국의 기술 이전이 없으면 특허를 중단해도 쉽게 복제 백신을 만들 수 없다고 한다. 작년 10월 인도와 남아공은 모든 나라가 합의해 일괄적으로 특허권 협정을 잠시 유예하자는 청원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했다. 지금까지 백신 개발국은 부정적이다. 특허권을 보호하지 않으면 이후 등장할 바이러스에 제약사들이 대응을 꺼려 개발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지금의 코로나 상황은 백신 기술 공유라는 비상 수단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집단면역이 까마득한 나라 처지가 되다 보니 더욱 그렇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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