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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업체명 함구한 채 “해외 백신, 8월 위탁생산”…정부 발표에 증시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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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제약사 주가 들썩…‘성급 발표’ 지적 나와

“입장 없다” “우린 아냐” 후보 거론 업체 ‘난감’

세계일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에코센터에 마련된 강남구 백신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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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제약사의 해외 백신 위탁생산 계획을 서둘러 발표하면서도 국내 공급과 수출 가능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영하 중앙사고수습본부 백신도입총괄팀장은 15일 코로나19 백브리핑에서 “국내 제약사 중 한 제약사에서 해외 승인된 백신을 생산하는 구체적 계약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백 팀장은 “세계 각국에서 백신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생산 시설이 있어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적다”면서 “8월부터는 이 백신이 국내서 대량 생산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세한 내용은 계약사항이라 자세히 밝힐 수 없다. 곧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백 팀장의 즉석 발표에 후속 질문이 쏟아졌지만, 제약사의 이름과 백신의 종류에 대해서는 끝내 언급하지 않았다.

당국자의 백신 위탁생산 관련 정보 공개 이후 몇몇 제약업체의 주가가 요동쳤다. 업체명을 밝히지 않은 발표로 국내 증시에서는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 에스티팜 등 코로나19 백신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들썩이는 등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다만 현재 모더나 백신의 허가·유통을 담당하는 GC녹십자, 모더나 등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에스티팜 등은 “표명할 입장이 없다”, “완제품 생산 설비가 없다”며 선을 그어 위탁생산 계약이 어느 선까지 추진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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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라벨이 표시된 병.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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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모더나가 아닌 다른 백신을 국내에서 대량생산하는 계약을 언급했을 가능성도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모더나 위탁생산 후보로 언급되는 업체들과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V’를 생산하는 업체들을 제외하면 대규모로 백신을 제조할 수 있는 업체가 남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증시 혼란을 부른 발표 내용을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총괄하는 질병관리청과도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질병청 내부 일각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성급했다’는 지적을 받는 백 팀장의 발표를 두고 모더나 백신 ‘도입 지연’ 우려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백 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안정적인 백신 수급을 위해 ‘11월 집단면역 형성’ 목표를 차질 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모더나 백신은 2분기부터 총 4000만회분(2000만명분)이 들어오기로 되어 있는데 미국 내 우선공급 방침에 밀려 국내 도입 시기가 불투명해지면서 백신 도입 지연 우려가 불거졌다. 아울러 미국 보건당국의 얀센 백신 접종중단 권고 여파로 미국 내 모더나 수요가 늘어날 경우 시기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와 백신 수급 불안 우려를 더하는 상황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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