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은 투기의 수단일 뿐 실제 결제에 활발히 쓰이지 않는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4일(현지시간) 한 말이다. 이날 워싱턴이코노믹클럽이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한 파월 의장은 가상자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같이 말했다. 파월 의장은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금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가치를 부여했다"며 "비트코인은 그런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워싱턴이코노믹클럽 대표(칼라일그룹 공동 창업자 겸 회장)와 대담하면서 파월 의장은 "비트코인은 결제 수단으로 잘 쓰이지 않는다"는 점을 반복해 강조했다. 핀테크 기업인 스퀘어, 페이팔에 이어 마스터카드 등이 결제에 가상자산을 연계하려는 시도를 구체화하고 있지만 이를 평가절하한 것이다.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를 준비 중인 연준 입장에서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이 가상화폐를 깎아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달 22일 국제결제은행(BIS)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가상자산은 매우 변동성이 크고 자산이라기보다는 투기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 "가상자산은 금의 대체재가 될 수는 있어도 달러의 대체재가 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시세는 이 발언이 알려진 이후 약세를 보였다. 파월 의장 발언 시 약 6만3700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약 1시간 뒤 6만2000달러가 붕괴됐다. 그러나 이후 반발 매수세가 일어나며 10시간 만에 6만3000달러를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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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나스닥 시장에 입성한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상장 첫날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상장 기준가는 주당 250달러였지만 시초가는 381달러를 기록했고, 거래 초반에 429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코인베이스는 시가총액이 한때 1120억달러까지 올라갔다. 일부 차익실현성 매물이 나오며 주가가 하락해 328.28달러에 첫날 거래를 마쳤다. 첫날 시총은 857억8000만달러(약 95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인 ICE의 기업가치(665억1000만달러)와 나스닥 거래소의 기업가치(259억5000만달러)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창업한 지 만 9년이 되지 않은 코인베이스가 각각 158년, 50년 역사를 가진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기업가치를 단숨에 앞지른 것이다.
코인베이스 주당가치(외부투자 유치 시 평가 기준)는 창업 초기인 2013년 20센트에 불과했다. 이후 2.76달러(2015년), 8.25달러(2017년), 36.19달러(2018년) 등 계단식으로 수직 상승했다. 8년 만에 기업가치가 1640배 치솟은 것이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의 첫 상장으로 주목을 받았던 코인베이스가 이런 평가를 받은 것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말부터 가상화폐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8배인 18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순이익은 7억3000만~8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순이익(3억2200만달러)의 두 배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베이스 CEO 겸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약 4000만주를 보유 중이며 이번 상장으로 지분가치는 약 130억달러가 됐다. 38세인 그는 30대에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코인베이스가 풍부한 유동성 장세에서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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