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벽’ 세워도 누수 지속
일 여당도 “유입차단 우선”
보호복 등 방사성 폐기물도
갈수록 쌓여 처리 ‘골머리’
지난 2월 일본 후쿠시마 도미오카의 임시 야적장에 원자력발전소 주변 마을에서 수거된 방사능에 오염된 흙부대가 쌓여 있다. 도미오카 |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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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폐로’를 위해서는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지만, 이는 선결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일본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지하수 유입으로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데다 폐로 과정에서 발생할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안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14일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원전 부지를 점유하고 있는 1000여기의 오염수 보관 탱크를 줄일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이나, 향후에도 발생할 오염수와 방사성 폐기물은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전날 “(오염수) 처분은 폐로를 진행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폐로 핵심 과제는 노심용융이 발생한 원자로에서 핵연료파편(데브리)을 제거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오염수 탱크를 줄여 연료파편을 보관할 원전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일본 정부는 2041~2051년까지 폐로를 완료할 계획이다.
하지만 장애물은 만만치 않다. 현재 원전 부지 내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 125만t을 방류하는 데만 최소 30년이 걸린다. 문제는 빗물과 지하수가 노심용융이 발생한 원자로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해 2016년부터 땅속을 얼리는 이른바 ‘동토벽’을 설치했지만 여전히 하루 140t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는 2053년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오염수 방류보다 지하수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대책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염과 폐로 작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원전 부지 내 각종 설비는 물론 건물의 잔해, 작업자의 보호복·장갑 등은 모두 방사성 폐기물이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이렇게 쌓인 폐기물만 47만㎥에 달한다. 일본 원자력학회는 건물을 모두 해체할 경우 약 760만t의 방사성 폐기물이 나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발생한 오염수 총중량보다 6배가량 많은 양이다.
더욱이 폐로 일정 자체도 지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당초 핵연료파편 제거 작업을 2019년부터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2021년으로 한 차례 미뤘다가 다시 내년으로 연기했다. 1~3호기의 핵연료파편 중량은 도합 800~900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폐로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오염수 발생은 멈추지 않고 해양 방류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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