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도 하루 만에 키트 사용처 ‘학교’로 방향전환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화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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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경제와 방역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꺼내든 ‘서울형 상생방역’이 혼란만 가중한 채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 오세훈표 서울 독자방역의 핵심인 ‘자가검사키트(자가진단키트) 사용을 전제로 한 다중이용시설 영업규제 완화’에 관해 중앙정부가 사실상 수용 불가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13일 오후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현재의 엄중한 환자 발생 상황, 그리고 현재 상황이 의료인의 헌신과 여러 관계자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그런 아슬아슬한 상황임을 생각하면, 자가검사키트 활용을 전제로 유흥업소 등 다중이용시설의 방역 조처를 완화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자가검사키트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더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나타나면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대본은 이보다 강도를 높여 ‘수용 불가’ 쐐기를 박은 셈이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화상 국무회의에서 전날까지 언급한 유흥업소와 노래연습장에다 학교와 종교시설에서도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다중이용시설을 제외한 학교 등에 자가검사키트 사용 계획이 있느냐’는 <한겨레> 질문에 “현재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서울시 관계자)고 한 데서 태도를 바꿔 학교와 종교시설을 슬그머니 추가한 것이다.
오 시장은 국무회의 뒤 서울시청 출입 기자들과 만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문제 삼는 정확도는 반복 사용하면 올라간다. 한번 (검사)해서 부정확하다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보편화되면 정확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 간과돼, 그런 예를 들면서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토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원 단장은 “자가검사키트를 반복해서 검사해도 정확성이 올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며 “바이러스 배출이 왕성할 때 더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지만, 두번 검사한다고 정확도도 두배로 올라가는 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방역당국은 이날 서울시에서 새롭게 제안한 학교나 종교시설에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하는 방안에 관해서는 특별히 방침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요양·장애인시설과 학교·종교시설은 특성에 차이가 있는 만큼 자가검사키트 사용에 앞서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해야 하고, 반드시 ‘보조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학교와 종교시설은 요양·장애인시설과 달리 정해진 시간에 수업이나 예배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릴 수 있어 검사와 대기 장소 같은 절차가 더 필요하고, 집에서 검사를 하면 정확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자가검사키트는 발열 체크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이라고 본다. 키트에 들이는 비용만큼 위험도를 낮추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공동방역 전선을 펴온 인천시와 경기도도 반응이 마뜩잖다. 경기도 관계자는 “수도권은 공동생활권으로 방역 역시 함께해야 한다”며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나설 경우 효과적인 관리 통제가 더 힘들어질 우려가 있다. 예컨대 서울시는 유흥업소 영업시간을 밤 11시, 경기도는 밤 9시까지 허용하면 국민적 혼란과 혼선을 일으키고 행정력을 낭비하게 되는 등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풍선 효과를 지적한 것이다.
정진오 인천시 대변인 역시 “오 시장의 상생방역이 자칫 지역사회로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박태우 김양진 김지훈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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