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측, 저원가성 예금 확보…NIM 개선 기대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방은행 중 가장 활발하게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모색하는 곳은 BNK부산은행이다. 부산은행은 현재 고팍스, 지닥, 후오비코리아 등 복수의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거래소의 경우 계좌 연동 테스트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에서는 부산은행이 이르면 이달 안에 일부 거래소에 계좌를 발급할 것으로 전망한다. 부산은행이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부산은행 관계자들은 지난달 말 NH농협은행 관련 부서를 방문하기도 했다. 빗썸, 코인원과 제휴를 맺고 있는 농협은행의 사례를 참고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부산은행 측은 관련 사업의 현황을 살펴보는 한편 농협은행으로부터 자문을 받기도 했다.
전북은행 역시 중소 거래소 보라비트와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이미 지난해 해당 거래소 측의 자금세탁방지 조치에 대한 현장 실사도 마쳤다. 지난달 보라비트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도 받은 만큼, 조만간 양측의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방은행과 가상화폐 거래소가 합종연횡을 위해 움직이는 이유는 개정된 특금법 때문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특금법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한 가상화폐 거래소만 영업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FIU에 신고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거래자들을 식별할 수 있도록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는 한편, KISA에서 ISMS 인증을 받아야 한다.
현재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에 불과하다. 업비트는 케이뱅크·빗썸, 코인원은 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각각 제휴를 맺고 있다. 국내 거래소는 1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9월까지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폐업 수순으로 가게 된다.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제휴에 대해 그동안 지방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은 대체로 시큰둥한 입장이었다. 거래소로부터 계좌 발급을 신청받으면 은행 측이 자율적으로 안전성을 평가해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에 하나 가상화폐 거래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은행 측에 책임이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흥행은 이러한 기류가 바뀌는 시발점이 됐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손잡으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지난해 말 3조7453억원에서 이달 초 10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일부 지방은행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업비트를 이용하려는 이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은행들 역시 이러한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연고 지역의 경기 침체라는 겹악재를 맞은 상황에서,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연고 지역 밖의 신규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투자 목적으로 유입되는 수시입출금 계좌 등은 은행 입장에선 저원가성 예금"이라며 "조달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대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NIM의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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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jm100@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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