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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원전 오염수 수백만톤 쏟아내는데 "안전"…일본 편든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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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미룰 수 없다" 13일 각료회의서 결론

미일 정상회담 3일 앞두고 전격 결정

日 국민 70%, "처리수 방출, 건강에 유해"

한국 중국 등 반발에도 관련 언급은 없어

일본 정부가 13일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사고 이후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낮춰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수백만톤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는 구상으로 국내외에서 많은 논란과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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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13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관계각료회의를 열고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로 발생한 다량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2월13일에 촬영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탱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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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 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오염수) 처분에 관한 기본방침'을 이날 오전 열린 관계 각료회의에서 결정했다. 오염수 배출 전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을 이용해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고,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트리튬)는 기준치의 40분의 1로 농도를 낮춰 방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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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공식 결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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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료회의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처리수의 처분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폐로를 진행함에 있어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안전성을 확보하고, 풍평피해(風評被害·허위정보로 인한 피해) 대책을 철저히 하는 것을 전제로 해양 방출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출 시설 건설 및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승인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방출은 2년 정도 후가 될 전망이다. 방출이 시작되면 일본 정부가 폐로(廢爐) 작업 완료 시점으로 내걸고 있는 2041~2051년까지 20~30년에 걸쳐 계속된다.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선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자로 시설에 빗물이나 지하수가 유입돼 하루 평균 140t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원전 내에 있는 1050기의 저장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는 지난달 18일 기준 125만t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이미 저장 공간의 90% 이상이 오염수로 가득 찼고, 내년 가을쯤 탱크의 저장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전문가 소위를 거쳐 해상방류 방침을 확정했으나, 어민 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두 차례나 결정을 미뤘다.



미·일 정상회담 3일 전 전격 결정



스가 총리가 올림픽을 3개월여 앞두고 해양 방출 방침을 전격으로 발표한 것은 결정을 더 이상 미룰 경우 원전 폐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진한 코로나19 대응으로 내각에 대한 평가가 낮은 상황에서, 결단력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면 정상회담을 3일 앞두고 나온 결정이라, 사전에 미국과 조율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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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작년 9월 26일 후쿠시마 제1원전을 시찰하는 모습.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실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출 방침이 결정된 후 "일본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투명한 태도를 취했고,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핵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트윗에서 "방류 결정을 위한 노력의 투명성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 내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현지 어민들은 이번 결정으로 후쿠시마 어업에 "궤멸적인 피해가 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후쿠시마뿐 아니라 일본산 수산물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지난 7일 스가 총리를 면담한 기시 히로시(岸宏)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입장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배출로 인해 인한 풍평피해가 발생할 경우, 도쿄전력이 이를 배상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안을 이번 방침에 포함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서면으로 수집한 국민들의 의견에서도 70%가 "처리수 방출은 신체에 위험, 유해하다"며 오염수 해양 방출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 일본 국민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단 한 차례의 공식 설명회도 개최하지 않았다.



주변국 우려에 대한 언급 전혀 없어



시민단체들의 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후쿠시마현 젊은이들로 구성된 단체인 '평화와 평등을 지키는 민주주의 행동'(DAPPE)은 12일 JR후쿠시마역 앞에서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본 시민단체인 '원자력 규제를 감시하는 시민 모임'과 국제환경운동 단체 '에프오이저팬'(FoE Japan) 등은 같은 날 해양 방출 구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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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JR후쿠시마역 앞에서 일본 시민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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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 NGO '그린피스 재팬'도 13일 "후쿠시마를 비롯한 일본의 주민,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람들의 인권과 이익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를 강하게 비난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일본 외에도 한국·영국·프랑스 등 세계 24개국 311개 단체가 해양 방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한국·중국 등 주변국에 피해를 미치는 사안임에도 일본 정부는 13일 공식 발표에서 이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한국 외교부는 12일 논평을 통해 "향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주변 환경에 직ㆍ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같은 날 "국제 공공 이익과 중국 인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중국은 이미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에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고 일본이 책임감 있는 태도로 후쿠시마 원전의 폐수 처리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길 요구했다"고 말했다.

안팎의 반발 속에 내려진 이번 결정은 스가 총리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야마모토 다쿠(山本拓) 자민당 종합에너지전략조사회 회장 대리가 "처리수는 장기 보관해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자민당 내에서도 정부 결정에 대한 반발이 나온다. 마이니치 신문은 정부의 이번 결정이 국민들의 이해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정부와 도쿄전력에 부과된 책임이 무겁다"고 논평했다. 지지통신도 "국민들의 불안에 정중히 답해야 할 노력이 정부에 요구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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