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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이슈 2020 미국 대선

바이든의 '희망고문', 트럼프 때보다도 난민 적게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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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적은 수의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망가진 이민법을 개혁하겠다”던 바이든 대통령의 공언이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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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드라스 출신 여성이 지난 8일 미국 국경에서 9개월 된 아이와 10살 아이를 안고 이민자 등록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텍사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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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는 12일(현지시간) 국제구조위원회(IRC·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 자료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현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적은 난민을 받아들인 대통령이 됐다”고 보도했다. 자료를 보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받아들인 난민 수는 2050명이고, 이 추세라면 미국은 올해 총 4510명의 난민을 인정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IRC는 “트럼프 정부가 마지막 해 인정한 난민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라고 밝혔다. 특히 멕시코 국경으로 중남미 이민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3개국에선 단 139명의 난민만 인정했고, 무슬림 난민은 고작 42명만 받아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난민인정문제를 포함한 이민법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1월 20일 취임 직후 서명한 행정명령 17건 중 6건이 이민관련 조치였다. 불법 이민자 110만명에게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특히 미성년 이민자들이 영주권과 시민권을 취득하는 조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에서 ‘한 해 1만5000명’으로 제한한 난민 인정 규모도 ‘12만50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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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리오그란데 강을 넘어 밀입국한 이민자들이 텍사스 해안에 앉아있다. 텍사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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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난민 인정 규모를 큰 폭으로 늘리는 행정명령은 발표 두달이 넘도록 아직까지 대통령의 공식 재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통상적으로는 대통령의 재가는 행정명령 발표와 동시에 이뤄진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변화를 공식화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을 아직 하지 않고 있는데, 그것은 대통령의 서명”이라고 전했다. 상원을 통과해야 하는 법안 개정 외에 대통령의 사인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는 행정조치에 대통령이 사인을 하지 않아 여러 조치들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IRC의 글로벌 정책 담당 부대표인 나자닌 애쉬는 워싱턴포스트에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을 하지 않은 구체적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애쉬 부대표는 “서명은 행정조치 과정의 아주 전형적이고 자연스러운 마지막 단계일뿐인데 대통령이 서명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가 이민자들에게 포용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지난 석달동안 미국 국경에는 많은 이민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시설과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이민자 관련 행정력은 마비된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10일 “정부가 국토부와 나사(NASA) 직원들에게까지 이민자 보호소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4개월의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는 지원자를 모집하는 e메일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미성년 이민자 수는 3월 한달에만 1만9000명이 몰려 월단위 최고기록을 갱신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이던 2014년과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때인 2019년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은 수다.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미성년자들은 우선 ‘국경 감옥’으로 보내지는 뒤 보호소로 이동하게 되는데, 법적으로는 ‘국경감옥’에서 사흘 이상을 체류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모든 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한 달 이상씩 대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보고서를 보면 6월까지 미등록 미성년 이민자들의 수는 3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가 기대감은 한껏 부풀렸지만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서명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이민자들의 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난민단체들이 비판하는 부분이다. IRC의 애쉬 부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의 절차지연은 처음에는 혼란으로 다가왔고 이제는 깊은 우려를 일으키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난민들을 더 힘든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방정부 선출직 공무원 100여명은 지난 주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민자 관련 행정조치에 서명하고 올해 남은 분기 난민 인정 수용한계를 6만2500명까지 늘리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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