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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암 환자가 통증 치료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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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재철 고려대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중앙일보

암 환자들이 치료 도중에 더 이상의 치료를 포기하는 일은 매우 흔하다. 가장 흔한 원인은 통증과 전신 상태 저하, 부작용 등이다.

암성 통증은 먼저 약물치료를 통해 조절하는 경우가 많다. 경구 진통제 복용이 가능하다면 가장 바람직하지만 오심·구토나 소화기 기능 저하 등으로 인한 어려움이 매우 흔하다. 따라서 여러 경로로 진통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많고 각각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겪게 된다.

암성 통증에는 적극적인 중재적 시술이 도움될 수 있다. 암성 통증은 대부분 암이 퍼진 부위의 직접 혹은 간접적인 감각신경 자극에 의한 것이다. 이런 감각신경을 차단(신경차단술)하면 진통제 사용을 줄이고 여러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여러 가지 오해로 환자가 더 나은 치료를 받을 기회를 잃어버리는 일이 많다.

첫째, 신경 차단·파괴술은 암 치료의 포기를 의미한다는 착각이다. 신경 차단·파괴술은 100% 알코올을 이용해 반영구적인 진통 효과를 추구한다. 신경의 파괴가 암 치료가 이뤄졌을 때 기능 저하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오해다. 알코올은 신경만 선택적으로 잘 파괴하지만 반년 정도 지나면 회복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암성 통증 치료를 위해 수행하는 시술은 대부분 손상된 조직의 감각신경만을 목표로 하므로 연관 부작용이 흔치 않다.

둘째, 항암 치료 등의 과정에만 극심한 통증이 있고 적극적인 통증 치료가 필요 없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항암 치료 과정에서의 극심한 트라우마는 치료 순응도를 줄이고 전신 상태 저하로 이어져 치료를 포기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현재 통증이 심하지 않아도 항암 치료 등 극심한 통증이 예상되면 시술 등을 통해 극심한 통증의 발생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셋째, 현재 내 상태는 통증이 줄어들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착각이다. 몸 상태가 안 좋아질수록 통증을 줄이기 위해 시술받을 수 있을지 의심하게 된다. 또한 약물 사용보다 뭔가 번거로운 시술이 몸에 더 부담될지 모른다고 착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증 시술들은 잘만 수행하면 약물 사용보다 부작용이 더 적은 경우가 많다. 시술이 전신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더 적을 가능성이 크다. 전신 통증의 경우에도 척수강 내 약물 주입 펌프 등을 통해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을 경감하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자신을 치료하는 담당 의료진이 통증 치료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다. 모든 의사가 전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순 없다. 통증의학 전문의를 통해 적극적인 통증 경감이 가능한지 상담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암 극복은 통증의 극복과 서로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싸워 나가야 한다.

기고 고재철 고려대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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