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반군에는 정규군, 민간엔 중화기 동원
바고서 82명 사살... 소도시까지 학살 자행
11일 사제 총으로 무장한 미얀마 시민들이 만달레이 도심에서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이동하고 있다. 만달레이=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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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로 촉발된 미얀마 소요 사태가 사실상 ‘내전’에 돌입했다. 학살 피해자인 민주세력이 소수민족 반군과 연합해 진압군을 상대로 게릴라전과 군 기지 공격 등 무력 투쟁을 선언한 것이다. 군부도 지방 소도시에서까지 대량 학살을 감행하는 등 미얀마 전역이 전쟁 공포에 휩싸였다.
11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민주세력과 소수민족 반군의 도심 게릴라전이 중부 사가잉주(州)와 만달레이, 양곤 등 주요 도시에서 계속되고 있다. 전날 사가잉 시위대는 군 호송차의 도심 진입 소식을 접하고 진입로인 고속도로 부근에 매복했다가 사제무기로 공격했다. 시위대 기습에 군인 3명이 사망했으며 부대는 외곽으로 철수했다. 앞서 4일 군용 트럭을 사제폭탄으로 공격했던 시위대는 일주일 만에 전열을 정비하고 더 과감해진 전술로 진압군에 맞섰다.
양곤과 만달레이에서도 대학, 병원 등에 구축된 군 임시 기지를 겨냥한 기습 공격이 이어졌다. 청년층과 반군이 중심이 된 일부 시위대는 오토바이를 타고 군 기지를 타격한 후 빠르게 철수하는 게릴라전을 구사하고 있다. 미얀마 현지 소식통은 “최근 시위대에 합류한 반군 전술가들이 공격 전략을 조언하면서 사가잉 등은 사실상 내전 지역으로 변했다”며 “반군들이 전국 각지에 무기도 공급할 예정이라 시가전이 보다 격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얀마 소수민족 반군인 카렌민족연합(KNU) 소속 군인들이 도열해 명령을 하달받고 있다. 미얀마 나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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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반군들의 독자 저항도 거세다. 전날 아라칸군(A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등 이른바 ‘북부 반군 삼형제’는 샨주 나웅 몬 경찰서를 습격해 군병력 10여명을 사살했다. 군부도 헬기까지 투입해 보복에 나섰지만, ‘치고 빠지기’에 능한 반군의 대응 전략에 막혀 상당한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반군과 군부가 교전 중인 지역은 카친, 카렌, 사가잉, 라카인, 샨주 등이며 나머지 국경지대에서도 전투가 확산되고 있다.
군부는 반군 거점지에는 정규군을 대거 배치하고, 지방 소도시에도 중화기와 군경을 동원하는 등 전면 무력 진압 의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전날에도 남부 소도시 바고에서만 82명이 군의 수류탄 투척과 기관장총 난사에 목숨을 잃었다. 불과 하루 전인 9일 “마음만 먹었다면 한 시간 안에 500명도 죽일 수 있다”며 학살을 부인했던 군부의 말이 금세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바고 시민들은 “영화에서나 봤던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현장 같았다”고 절규했다.
군의 무자비한 진압은 이제 대도시와 지방을 가리지 않는다. 또 농부와 학생, 촛불집회를 개최한 직장인 등 반(反)군부 구호를 외치는 민간인이라면 누구나 총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시위 과정에서 사망한 시민들은 701명에 이른다.
9일 미얀마 군정 대변인 자우 민 툰 준장이 국영방송을 통해 시민 학살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네피도=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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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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