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은 그림자만 봐도 발포해" 증언
8일 미얀마 양곤 시민들이 반군부 시위 도중 사망한 이들을 기리기 위해 도로 위에 꽃을 꽂은 신발을 나란히 놓았다.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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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쿠데타 시위대를 향한 미얀마 군부의 만행이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다. 최대도시 양곤에서 북동쪽으로 90㎞ 떨어진 바고시 한 곳에서만 10일(현지시간) 불복종 시위 참가 시민 82명이 군경의 폭력진압에 희생됐다.
이날 현지 매체와 목격자들에 따르면 군경은 총기는 물론 수류탄과 중화기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공격했고, 움직이는 대상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발포를 했다.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은 최소 82명이 바고 지역에서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군경이 시신을 탈취해 실제 사망자 수는 그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크다. 현지 언론 미얀마 나우는 시신이 사찰과 학교 안에 쌓여 있다고 전했다.
시위 주최자 예 후트는 “이건 집단학살과 다름없다”며 “군경은 그림자만 봐도 총을 난사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군경의 발포는 새벽부터 늦은 오후까지 하루 종일 계속됐고, 마을 주민들은 긴급 대피했다.
AAPP에 따르면 2월 1일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현재까지 불복종 시위 도중 618명 이상 사망했다. 아무 죄 없는 어린이도 48명이나 숨졌다. 구금된 인원은 2,931명, 체포영장이 발부된 인원은 520명이다.
하지만 군부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자동화기를 사용한 적 없다며 학살 의혹을 부인했다. 군부가 집계한 사망자는 시위대 248명, 경찰 16명에 불과했다.
시민을 무차별 학살하는 군부에 맞서 소수민족 무장단체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과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은 이날 샨주(州) 나웅몬에 있는 경찰서를 기습했다. 샨뉴스는 경찰관 1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고, 다른 매체는 14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국제분쟁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 미얀마 담당 선임고문 리처드 호시는 비공식 유엔회의에서 “미얀마는 국가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개입을 호소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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