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 사용 최소화" 뜻이지만 네티즌 "협박이냐"
기관총이 장착된 차량에 탄 미얀마 군인들. 지난달 27일 미얀마 몬주 캬익토 지역에서 목격된 장면이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 사진 캡처.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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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가 “마음만 먹었다면 한 시간 안에 500명도 죽일 수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또 욕을 먹고 있다. 여차하면 그렇게 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게 민주 진영 해석이다.
10일 미얀마 민주 진영의 임시정부 격인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등에 따르면 이 나라 군사정권 조 민 툰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 때 고의적인 시민 대량 학살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군부가 정말 시민들을 죽이려 했다면 한 시간 내에 500명까지 죽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경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자동화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물론 “참고 있다”는 주장이 이 언급의 핵심이다. 시위대에 최소한의 무력만을 사용하는 등 군부가 최대한 폭력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와중에 해당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 진영이 주목한 건 “할 수 있다”는 군부의 자신감이다. CRPH는 트위터에서 “군부가 대량 학살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이에 한 네티즌은 “군경이 우리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것”이라고 공감했다. “군부가 미얀마 국민의 목숨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성토에 가세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툰 대변인이 말로 물의를 빚은 건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군부 행동은 쿠데타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는가 하면, 어린이들까지 군경 총격에 사망한 데 대해 “시위대가 고의로 어린이들을 최전선에 세워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는 식으로 변명해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상식에 어긋난 말뿐 아니다. “자동화기를 안 쓴다”는 툰 대변인 주장과 달리 기자회견 당일에도 양곤 인근 바고 지역에서 군경의 무차별 총격에 의해 수십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가 목격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군경이 이날 새벽 시위대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중화기를 사용했고, 현장 사진을 보면 폭발하는 탄환도 쓴 것으로 보인다는 게 매체의 전언이다. 이미 군경이 기관총이나 로켓 추진 수류탄, 유탄 발사기 등 중화기들을 사용하는 장면이 시민들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진 상태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까지 총격 등 군경의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618명이다. 그러나 시신이 유기되거나 행방불명된 뒤 생사가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아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미얀마 군사법원, ‘장병 살해’ 19명에 사형 선고”
한편 9일 미얀마 군사법원이 장병을 살해한 혐의로 19명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2월 초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사법원의 사형 선고 사실이 발표된 건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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