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6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EU-터키 정상회담을 위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난 자리서 의자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서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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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8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독재자'로 부르며 강하게 비판했다. 터키를 방문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의도적으로 모욕했다면서다. 이에 터키 외교부는 이탈리아 대사를 초치하며 즉각 반발했다.
터키 측이 앙카라에서 열린 EU-터키 정상회담에서 EU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홀대했다는 의전 논란이 EU 회원국과의 공방전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드라기 총리는 의전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에서 "에르도안의 행동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겪어야 했던 수모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들을 독재자라 부르자"며 "그들과 협력해야 할 때 다른 비전과 의견을 표현하는데 솔직해져야 한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터키는 즉각 반발했다. 아나돌루 통신은 드라기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앙카라 주재 이탈리아 대사를 외무부로 즉각 초치했다고 전했다. 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올린 논평을 통해 "우리는 드라기 총리의 포퓰리즘적인 발언과 우리가 선출한 대통령에 대한 추잡하고 절제되지 않은 발언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의전 논란은 지난 6일 터키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EU-터키 정상회담서 발생했다. 터키 측은 회담장 상석에 의자를 두 개만 준비했는데, 여기에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각각 앉았다. 뒤따라 들어온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당황하며 한동안 서 있었지만, 터키 측은 의자를 추가로 제공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상석에서 떨어진 소파에 터키 외무장관과 마주 앉아야 했다.
EU 의전상 집행위원장은 상임의장 같은 국가 정상의 대우 받는 것이 원칙이다. 이때문에 터키 측의 의전이 여성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의도적으로 홀대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터키가 지난달 여성에 대한 폭력을 금지한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하며 EU로부터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아온 상황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게 했다. 주요 외신들도 이를 '소파 게이트'로 지칭하며 터키 측의 의도적인 망신주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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