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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필리핀-중국 긴장 높이는 남중국해 '부메랑 섬'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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휫선 암초…점령 첫 단계? 작년말부터 중국배 정박

중국보다 필리핀에 3배 가까워…미국도 개입 조짐

전략가치 때문에 중국·필리핀·베트남 등 영유권 주장

연합뉴스

남중국해 휫선 암초 지역에 떼지어 정박 중인 중국 선박들. [로이터/맥사테크놀러지스=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남중국해에 있는 작은 암초가 미중관계의 암초로 등장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자리를 잡고 있는 작은 섬 휫선(Whitsun) 암초의 얘기다.

이 곳에는 중국 선박 약 220척이 정박해 필리핀이 극도의 경계심을 노출하고 있다.

미국과 필리핀 국무·외교장관은 휫선 암초를 비롯한 남중국해에 양국 상호방위조약이 적용될 수 있음을 재확인한다고 8일(현지시간) 확인하기도 했다.

작년 말부터 휫선 암초에 정박한 중국 선박들은 암초와 주변 해역 영유권을 주장하는 국가 사이 긴장을 불러왔다.

필리핀은 선박들이 인민해방군 통제 아래에 있는 '해양민병대'라고 주장하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미스트는 해양민병대 파견이 중국이 1970년대부터 영유권 분쟁지를 접수할 때 써온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이 1994년 미스치프 산호초(팡가니방 산호초)나 2012년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등을 점거할 때 중국 어선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휫선 암초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존슨 남(南) 암초와 180㎞ 떨어진 피어리 크로스(융수자오<永暑礁>) 암초도 같은 방식으로 점령하고 인공구조물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휫선 암초에 정박한 선박에 민병대가 없으며 기상 상황 때문에 피난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부메랑이나 숫자 '7' 모양을 하고 있는 휫선 암초는 길이 13㎞, 면적 10㎢로 크지 않다.

이 암초는 필리핀에서는 약 320㎞, 중국에서는 약 1천60㎞ 떨어져 지리적으로는 필리핀에 3배나 가깝다.

필리핀과 중국, 베트남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나라마다 명칭도 다르다.

중국에서는 '뉴어자오'(소뿔 암초라는 뜻), 필리핀에서는 '줄리안 펠리페 암초', 베트남에서는 '자 바 자우'로 불린다.

연합뉴스

(AFP=연합뉴스) 미국 해군이 27일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12해리 이내에 구축함을 파견해 항해하자 중국이 이에 대해 "경거망동을 하지 말라"며 강력하게 반발,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sunggu@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휫선 암초는 썰물 때만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간조노출지'라는 설명이 많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까지만 그랬고 이후 100m 길이 사구(沙丘)가 생겨 현재는 조석간만과 무관하게 관측되고 있다.

휫선 암초가 간조노출지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암초의 전략적 가치는 더 높아지고 있다.

간조노출지는 유엔해양법상 영해나 EEZ의 기점일 수 없지만 섬이나 만조노출지로 인정받으면 각각 영해·EEZ과 영해의 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중국해의 주요 암초들은 영유권 분쟁 속에 국제기구로부터 한 차례 판정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설치한 9개 해양구조물을 모두 간조노출지나 암초로 판단했다.

PCA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가 영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알렉산더 부빙 미국 아태안보연구소(APCSS) 연구원은 2016년 외교전문지 디플로맷 기고문에서 휫선 암초의 무주공산 상황이 쉽게 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 암초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베트남명 쯔엉사군도)의 주요 군도인 '유니언 뱅크' 동쪽 끝에 자리해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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