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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프랑스의 뒤늦은 '미투' 바람…각계 유명 남성들 추락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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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진행자·배우·정치인 등 성폭행 등으로 하차하거나 조사받아

2017년 전세계적 미투 열풍 때 프랑스에선 반발 제기되기도

연합뉴스

2017년 프랑스 내 미투 운동을 주도했던 상드라 뮐러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2017년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과 관련한 폭로로 촉발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프랑스에도 전해졌다.

언론인이었던 상드라 뮐러는 당시 일종의 프랑스판 미투 운동인 '당신의 돼지를 폭로하라'(#ExposeYourPig) 운동을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돼지'는 성적으로 방탕한 남성을 속되게 이를 때 쓰는 말이다.

뮐러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칸 텔레비전 페스티벌 동안 한 방송사의 간부인 에릭 브리옹으로부터 "당신은 큰 가슴을 가졌다. 내 타입이다. 당신을 밤새 절정으로 보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공개했다.

브리옹은 이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뮐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2019년 1심 재판부는 뮐러가 브리옹에게 1만5천 유로(약 2천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뮐러의 발언이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가면서 표현의 자유가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주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뮐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미투 운동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고, 다양한 관계자와 개인으로부터 환영받았으며, 여성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뮐러의 항소심 재판에서 새로운 팩트는 없었지만 판결이 뒤바뀐 것은 지난 2년간 프랑스 내의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뮐러는 NYT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판결 전에는 약간 혼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NYT는 올해 들어 프랑스에서 정계와 스포츠계, 학계, 언론계, 예술계를 가리지 않고 저명한 남성들에 대한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성폭력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가장 유명한 TV 스포츠 저널리스트인 피에르 메네는 스포츠 저널리즘에서의 성차별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나는 난잡한 여자가 아니라 저널리스트입니다'(I'm Not a Slut, I'm a Journalist) 공개 이후 무기한 출연 정지를 당했다.

몇 년 전 그는 TV 프로그램에서 여성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고, 스튜디오에서 여성 출연자의 치마를 들치는 등의 행동을 했다.

당시만 해도 이를 비난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변호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프랑스의 유명 방송 진행자 겸 작가인 파트리크 푸아브르 다르보는 강간 혐의로 피소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고, 전직 장관인 조르주 트롱은 성폭행 혐의에 대해 2018년 무죄를 받았다가 지난 2월 5년형이 선고됐다.

일간 르몽드는 이와 관련해 프랑스 사회에서 '동의'에 대한 이해가 분명히 변한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 역시 성폭행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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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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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랑스에서 유명 남성에 대한 성폭력 고발은 공식 조사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해당 남성의 지위나 공적인 삶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울러 프랑스 남성성, '억누를 수 없는 유혹하는 사람'이라는 프랑스 남성의 전형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미투 초기인 2018년 1월 유명 영화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성의 자유를 옹호해온 미술평론가 카트린 미예 등 프랑스 문화계 여성인사 100인은 르몽드에 '성의 자유에 필수불가결한 유혹할 자유를 변호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투고했다.

이들은 "성폭력은 분명 범죄지만, 유혹이나 여자의 환심을 사려는 행동은 범죄가 아니다. 최근 남성들에게 증오를 표출하는 일부 페미니스트들을 배격한다"면서 지나친 미투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활동가로 성폭력에 반대하는 단체를 만들기도 한 카롤린 드아스는 NYT에 "최근 변화가 매우 급격해서 어리둥절할 정도"라며, 프랑스가 성숙기를 지나 미투 운동에 대해 뒤늦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많은 프랑스인은 성폭력과 동의의 개념에 대한 사회적 관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특히 프랑스의 촉망받는 배우 아델 에넬이 10대 시절 감독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공개하고, 프랑스 출판사 쥘리아르 대표인 바네사 스프링고라가 지난해 1월 세상에 내놓은 소설 '동의'가 약 30년 전 유명 작가 가브리엘 마츠네프가 13세 소녀를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혐의를 폭로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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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아스는 "2021년 초반은 일종의 여진"이라며 "분명한 것은 오늘날 프랑스에서는 유명 인물에 대한 성폭력 증언에 대해 4∼5년 전과 같은 반응을 볼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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