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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吳 첫 출근날, 사람도 정책도 바꾸지 말란 이메일 뿌린 시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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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市 공무원 전체에 이메일

중앙일보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취임 첫 외부 일정으로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를 찾아 김인호 시의회 의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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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은 8일 첫 출근을 한 직후인 오전 10시 30분쯤 서울시의회 간부들을 찾아가 “도와달라,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 구성원 대부분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서울시의회 협조 없이는 새 정책을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을 의식해 먼저 손을 내민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오 시장과의 면담 직후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서울시 전체 공무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강조하는 내용의 메일이 오전 11시 8분쯤 전송된 후 시청 안팎에 파문이 일었다. 다수당 소속인 의장이 신임 시장의 새로운 행정 시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듯한 이메일을 보냈다는 반응들이 나와서다. 일각에선 “집행부에 대한 의회의 월권(越權)”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시장 바뀌자마자 “변화보다는 안정…”



김 의장은 이날 ‘존경하는 서울시 공무원 여러분, 마음 깊이 담아둔 애정과 격려를 담아 이렇게 인사드린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김 의장은 “이번 선거 결과는 무너진 일상 속에 시름해온 천만 시민의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자, 위기극복에 대한 엄중한 명령”이라며 “더군다나 신임시장의 임기가 1년 3개월이기에 우리 시민들이 기대하시는 바는 어떠한 큰 성과나 급작스러운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시정운영과 민생회복을 향한 노력일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올해는 코로나19 종식을 바라보는 원년으로서 백신 접종 마무리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며 “그렇기에 서울의 기존 사업들이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집행부는 과도한 인사 단행이나 조직개편보다 조직의 안정성에 방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회가 집행부에 간섭, 월권”



중앙일보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취임 첫 외부 일정으로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를 찾아 김인호 시의회 의장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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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서울시 공무원 여러분께서 공직자로서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 맡아온 업무를 차질 없이 추진해주시길 당부드린다”라고도 했다. 김 의장은 “진정성 있는 정책이라면 협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집행부도 적극적 소통과 교류의 자세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됐다. 신임 시장의 임기가 1년 3개월밖에 남지 않았으니, 새로운 정책을 펼치는 데 공무원들이 협조하지 말라는 ‘압박’으로 읽힐 수 있어서다. 지방의회가 지자체 집행부인 공무원들에게 이런 요구를 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 서울시 직원은 “국회의장이 행정안전부 직원에게 (신임 대통령에게 협조하지 말라는) 이메일을 쓴 격이나 다름없다”며 “모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갈등 전초전?



서울시 정가에 따르면 김 의장은 이번 선거기간 때부터 오 시장과 대립각을 보여 왔다. 그는 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는 실패한 시장이다. 오 전 시장은 10년 전 무상급식 전면 도입에 반대해 스스로 시장직을 내팽개쳤다”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시장 취임 첫날부터 벌어진 미묘한 신경전을 놓고 ‘오세훈호’ 서울시와 시의회 갈등의 전초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이어서다. 25개 자치구청장 역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이에 대해 김인호 의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임 시장이 바뀔 때도 시의회가 의례적으로 이런 이메일을 돌렸던 것으로 안다”며 “대의적으로 당부할 수 있는 내용에 불과한데 (의회의 월권) 논란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임 초기부터 (오 시장과) 갈등을 빚을 생각은 없다”며 “앞서 밝혔듯이 서울시민을 위한 진정한 정책이라고 판단되면 시의회는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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