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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분열 심각" 野 때린뒤…김종인, 윤석열 만남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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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소임을 마쳤다. 지난해 4·15 총선 대패 뒤 회생 불가론까지 나왔던 국민의힘을 1년 만에 승리한 정당으로 바꿔놓고서다. 지난해 5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그는 당명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꿨다. 자유한국당 시절 우편향 논란을 빚었던 당의 색깔을 중도로 변화시키는 데도 힘을 쏟았다. 지난해 8월에는 직접 광주로 가서 5·18 묘역을 찾아 무릎을 꿇으며 당의 취약지로 여겨지는 호남과의 화해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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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퇴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1.4.8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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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가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다음날 그는 약속대로 고별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폭정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취임 때) 제가 약속했던 건 국민의힘이 다음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있을 만한 여건을 확립하면 언제든 지체 없이 물러난다는 거였다”고 말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



그는 떠나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당이 ‘승리의 기쁨’에 빠지기보다 ‘갈등’에서 벗어나라는 주문이었다. 그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며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보았듯이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을 않고 외부 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정권을 되찾아 민생을 회복할 생각을 않고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내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에 많다”고 했다.

이어 “이번 선거 결과를 국민 승리로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승리한 것이라 착각하며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민생을 회복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될 것”이라며 “부디 국민의힘이 더 많이, 더 빨리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 변화하여 국민 마음에 더욱 깊숙이 다가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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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8월 19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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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견 뒤 의원총회에 참석해서는 “정권 창출의 책무”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가 여기 와서 당명을 바꾸면서 정강정책 새롭게 하면서 제일 먼저 내세운 게 약자와의 동행이다. 국민의힘이 그걸 지켜가야 한다”며 “어느 특정 지역을 무시하고 방치해도 괜찮다는 사고에서도 탈피해 호남에서도 팬심을 얻을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의 마지막 메세지는 결국 혼란의 시기에는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상식의 강조였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던 김무성 전 의원,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을 사실상 직격한 셈이다.



고별사에서 사실상 김무성·홍준표 등 직격



그는 스스로 말했듯이 이제 ‘자연인’ 신분이 된다. “국민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도 당적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당 중심에선 떠나지만 당의 울타리 안에서 할 일은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 ‘할 일’의 핵심은 당 밖에 머물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는 회견을 마친 뒤 ‘자연인이 됐으니 윤석열 전 총장을 만날 수도 있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연인으로선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거지 뭐”라고 답했다. 조만간 만나겠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그가 길잡이 역할을 하려고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당대회 맞물리며 김종인 거취가 야권 변수될 듯



자연스럽게 이제 관심은 그가 어떤 행보를 하느냐로 쏠리고 있다. 특히,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와 차기 원내대표 경선 일정과 맞물리면서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는 국민의힘의 향후 진로에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김종인 위원장은 당 바깥에서 윤석열 전 총장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려 할 것”이라며 “그럴 경우 윤 전 총장을 업고 당에 들어오는 식의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당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진 그룹, 특히 당권을 노리는 인사들은 또 다시 김종인 위원장에게 당권을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조해진 의원은 8일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김 위원장의 (범야권 후보 단일화 역할은) 내년 3월 9일 대선 때까지도 쭉 이어질 걸로 본다”면서도 “다만 그 역할을 당의 지도부로서 할 것인가, 지도부를 떠나서 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도 “김 위원장을 당 대표로 다시 추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전당대회에 나오려는 사람들이 거기에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당내 의견이 하나로 통일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김종인 거취 문제에 당내 의견 통일 쉽지 않을 듯



그렇다고 이미 거론되는 당권 주자들에게 당내 여론이 호의적이지도 않다. 박대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참신한 지도부가 희망을 제시할 수 있다”며 “저를 포함한 중진 의원들이 자리에 연연하는 분들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고 적었다. 김 위원장이든 기존 중진 그룹이든 이번 당권 경쟁에서는 빠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당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를 놓고 이미 백가쟁명식 논쟁이 시작된 셈이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김종인이라는 막강한 구심점이 사라지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혼돈에 빠질 수 있다”며 “당권 주자든 원내대표 주자든 ‘내년 대선에 정권을 교체하겠다. 윤석열 전 총장을 당으로 데려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김종인·윤석열 블랙홀’에 빠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책분석실장은 “국민의힘이 중도 확장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에는 당내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그걸 어떻게 구현할지, 윤석열 전 총장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갈지를 놓고 논쟁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윤석열 독자 노선 의지 강해지면 친정과 갈등할 수도



국민의힘 내부의 의견 조율이 지체되고 윤석열 전 총장의 독자 노선 의지가 강해지면 김종인 위원장이 친정과 불편한 관계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3·9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가 추진되겠지만 일단은 김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접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도 그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워낙 능력이 뛰어나고 감각이 좋아 아마 이 당, 저 당에서 러브콜이 있지 않을까 예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얼마든지 제3의 정당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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