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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사찰입장료 폐지 2년 지난 '천은사'…지리산 필수 코스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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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덕문스님의 대승적 결단 "구례군민의 자존심 회복이 우선"

뉴스1

매표소 철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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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노란 굴삭기가 전남 구례군 지리산국립공원 내 '천은사(泉隱寺) 매표소'의 지붕을 내리찍었다. 1987년부터 시작한 32년 갈등이 종지부를 찍던 순간이다. 2019년 4월29일에 일이다. 2년이 지난 현재 천은사는 산문을 개방하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살린 치유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런 변화는 천은사의 본사인 조계종 제19교구 화엄사의 대승적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표소 자리에는 새로 심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천은사 상생의 길'이다. 입장료 폐지에 따른 후속조치로 마련한 산책로다. 청류계곡에서 흘러든 맑은 물을 저장한 천은저수지의 둘레를 따라 소나무 숲길과 수변공원, 산림욕장, 무장애 시설 등을 갖춘 총길이 3.3㎞의 순환형 탐방로다.

천은저수지 주변에 방치된 건물을 증축한 '카페 천은사에서'는 커피와 전통차를 마시면서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주차료를 받지 않는 대형 주차장에는 사찰음식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 '천은사 공양간'도 마련했다. 또한 문화재청도 천은사 문화재 보수사업을 지원해 지리산의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이런 모습들은 2년전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해당사자들이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30년 넘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런 갈등을 단칼에 끊어낸 이들이 있다.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과 천은사 주지 종효스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덕문스님은 지난 3일 기자를 만나 "사찰이 가난해지더라도 구례군민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었다"며 "입장료를 폐지해 천은사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거듭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탐방객들은 천은사를 방문하지 않는데 입장료를 왜 내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철거된 매표소가 있던 861번 지방도로는 지리산을 남북으로 관통한다. 지리산 3대 주봉중 하나인 노고단의 구름바다(운해)를 보려면 이곳에서 1인당 문화재구역입장료 1600원씩을 내야 했다.

일부 탐방객과 시민단체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산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불교계 전체를 매도했다. 천은사가 입장료를 불법적으로 받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이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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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 상생의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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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의 직접적 피해도 막심했다. 대표적으로 사찰에서 스님들이 수행하는 방장선원을 폐쇄해야 했다. 이곳은 통일신라시대 이래로 보조국사, 나옹화상 등이 수행한 도량이지만 바로 옆을 지나가는 도로에서 발생하는 차량소음으로 인해 제 기능을 상실했다.

이런 갈등은 정부가 키운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861번 지방도로 자체가 엄밀하게 따지면 불법점유물이기 때문이다. 덕문스님은 "군사정부 시절인 1980년대 초 정부가 사전협의 없이 천은사 사유지에 만든 비포장 군사작전도로가 원형"이라며 "정부는 88올림픽이 다가오자 관광자원을 개발하겠다며 1987년 군사도로에 아스팔트를 깔면서 일명 '벽소령관광도로'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861번 지방도로에 매표소를 설치한 주체도 천은사가 아니라 정부였다. 정부는 사유지에 길을 낸 것을 대신에 사찰 소유지와 문화재를 보존하라는 명분으로 문화재 관람료를 국립공원 입장료와 합동징수했다. 하지만 정부가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고 문화재 관람료만 받게 되자 부정적 이미지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덕문스님은 "관람료 폐지의 뜻을 스님들께 밝히자 종효스님이 적극 호응하셨다"며 "제가 2017년 5월12일 제21대 화엄사 주지에 임명된 다음날에 천은사 주지에 종효스님을 바로 임명했다"고 말했다.

이들 스님은 취임 후 곧바로 환경부와 문화재청을 비롯해 국립공원공단, 한국농어촌공사, 전남도청, 구례군 등 관계기관들을 만나 엉킨 실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2년여 동안의 소통 끝에 대승적 차원에서 상호상생을 위한 관계기관 업무협약이 2019년 4월29일에 체결됐고 매표소가 철거됐다.

정부는 지난달 5일 법정기념일이 된 첫 국립공원날에 덕문스님에게 대통령표창을 수여했다. 덕문스님의 대승적 결단은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국내 관광객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상황에서도 천은사는 부정적 이미지의 개선으로 지난해에만 탐방객 45만명이 다녀갔다.

마지막으로 덕문스님은 "조계종은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립공원관리공단과 불교계가 함께 협력해야할 문제들을 풀어가가고 중재역할을 하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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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 주차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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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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