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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로힝야 아픔 이제야 알겠다" 미얀마 주류 버마족 '뒤늦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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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대학생·언론인, 시위 현장서 반성
KNU "수치 고문도 잘못 알았을 것"
4세 아기까지 구금한 군부, 학살 지속
한국일보

7일 한 버마족 시민이 자신의 SNS에 74년 전 군부를 피해 도망치는 소수 민족 가족의 사진과 최근 군 공습을 피해 동굴로 도망친 소수 민족 어린이 사진을 대조해 올리며 과거의 무지에 대해 사과한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과 사진은 미얀마 SNS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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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받던 소수 민족의 말을 귀담아들었다면 쿠데타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사과한다."

미얀마 인구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주류 버마족이 소수 민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고 있다. 2월 1일 쿠데타 이후 자행된 군부의 만행을 겪고서야 독립을 위해 70여 년을 군과 맞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한 것이다. 소수 민족들도 버마족이 내민 손을 잡았다. 이들은 하나의 연방군을 구성해 군부를 몰아낼 그날을 준비하고 있다.

7일 미얀마 현지 대학 관계자와 외신 등에 따르면 소수 민족을 향한 버마족의 사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시위 현장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군의 날 대학살' 이후 카렌주(州) 등 소수 민족이 거주하는 국경지대에서 시작된 민족 갈등 화해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실제 양곤 의과대학과 만달레이 공과대학 학생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로힝야 사태를 방관한 것을 뒤늦게 후회한다. 더 일찍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일부 학생은 양곤 시위 현장에 "로힝야에 사과한다"는 문구가 쓰여진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버마족 출신 의사와 공무원, 언론인들도 SNS 사죄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반(反)군부 발언을 이어가다 이달 초 기소된 의사 흘라잉 윈(32)은 "도시에서, 언론들이 보는 앞에서도 자행된 군부의 잔인한 행동을 확인하면서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수 민족들에게 얼마나 비인간적이었을지 상상하게 됐다"고 참회했다. 언론인 죠(23ㆍ가명)도 "쿠데타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버마족의 뺨을 때렸다"며 "그저 살아가기 바빠 소수 민족 문제를 무시했던 우리 모두는 과거를 후회한다"고 밝혔다. 일반 버마 시민 역시 소수 민족이 박해받던 사진, 소수 민족 사태를 반성하는 통계 등을 공유하며 뒤늦은 화해를 요청하고 있다.
한국일보

한 버마족 시민이 최근 자신의 SNS에 '이번 쿠데타로 소수 민족이 직면한 투쟁에 공감하게 됐냐'고 던진 설문에 참가자 5,112명 중 4,856명(95%)이 그렇다고 답했다.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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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민족은 뼈 있는 말과 함께 "군부 타도에 함께 나서겠다"고 호응했다. 소수 민족의 맏형 격인 카렌민족연합(KNU) 소속 5여단의 파도 만 만 대변인은 전날 "우리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2015년 집권할 때 군부 헌법을 개정해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물은 없었다"면서 "이제 수치 고문도 군부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음을 깨닫게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KNU는 1일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가 민족 평등을 골자로 한 연방민주주의헌장을 발표한 것을 언급한 뒤 "연방헌장 이행에 전념한다면 (민족 갈등은)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KNU는 통합정부에 소수 민족 반군 체제를 중심으로 한 연방군 창설을 제안했다.

민족 통합 흐름에 조급해진 군부는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어린이들을 사살하는 것도 모자라 5일에는 시위 지도자의 네 살짜리 딸까지 군 시설에 구금했다. 남부 샨주에선 군경이 사살한 뒤 몰래 화장한 시위대 시신 10여 구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경은 이날 중부 사가잉주와 인도 접경지인 북서부 케일 마을 등에서 중화기를 동원해 최소 10명을 현장에서 사살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군경 학살로 사망한 시민은 581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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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미얀마 양곤의 한 시위대가 자신의 손가락에 붉은 페인트를 묻힌 뒤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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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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