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선거는 2013년 4월 재보선에서 도입된 후 이젠 완연한 정착단계에 들어선 모양새다. 제21대 총선의 사전투표율은 26.7%로 집계돼 역대 모든 종류의 선거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을 정도로 높았고, 이번 투표율도 그 연장선에 있다. 선거일 당일 투표장에 갈 짬조차 내기 어려운 노동자들에게 참정권 행사의 숨통을 터준 덕분이다. 시차 투표로 인해 선거 종반에 발생할 수 있는 극적인 여론 반전의 흐름까지 잡아내기 어려운 것은 사전투표가 지닌 한계이기는 하다. 하지만 민심의 바닷물을 더 많이 길어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키운 점은 이런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사전투표가 주로 진영의 충성도 높은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분석까지 참작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선거 결과의 유불리를 놓고 사전선거를 부정선거의 온상인 양 몰아가는 일은 없어야겠다. 지난 총선에서 보수정당이 근소 표차로 패한 선거구를 놓고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실제로 확인된 사례는 단 하나도 없다. 미국 대선에서 사전투표 형태로 이뤄지는 우편투표를 놓고 부정선거 시비가 일었던 것과 흡사하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국가에서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사전투표 부정 의혹과 같은 시대착오적 주장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국민의힘이 이번에 오히려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나선 것은 유사한 의혹 제기의 재발 우려를 차단하는 데 보탬이 되리라 본다.
사전선거가 끝나고 7일 예정된 마지막 진검승부를 앞둔 여야에 주어진 시간은 단 사흘뿐이다. 총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가운데 열흘간을 관통한 단어는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아쉽게도 '내곡동' '측량' `도쿄집' 'LH' 같은 것들이었다. 물론 복지, 재개발, 청년 일자리 문제 등과 관련한 유의미한 정책공약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혹 제기의 요란한 네거티브 캠페인 속에 파묻힌 측면이 있었다.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승부여서 이해 못 할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 공방의 포연이 긴요한 정책 제안을 뿌연 황사처럼 뒤덮어 유권자의 시야를 가리는 일이 나머지 사흘간에는 없기를 바란다. 기승을 부리던 황사와 미세먼지도 물러갈 때가 있듯이 이젠 정치 공방을 잠시 멈추고 정책을 앞세운 공명정대한 막판 겨루기에 나서길 여야 후보들에게 당부한다. 서울만 해도 고질적인 교통난,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계층간 불평등 심화, 만성적 인구 과밀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맞춤형 주거공간 부족, 강남북간 지역 격차,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노인대책, 대기질 개선 및 치안 문제에 이르기까지 각종 현안이 넘쳐난다. 다양한 욕구와 니즈를 가진 시민들이 몰려 사는 메가시티 서울과 부산 거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실용적인 공약 제시와 실천 약속이 있기를 기대한다. 해당 지역의 유권자들도 7일에는 더 많이 투표장에 나와 한 표를 꼭 행사하길 바란다. 낮은 투표율은 그 공직의 대표성을 약화한다. 선출직 공직자가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뒷심은 유권자들의 표에서 나온다는 점을 상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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