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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서울시장 선거 끝나면…쓰레기통엔 '현수막 1만270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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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오진영 기자] [선거는 쓰레기를 남긴다①]플라스틱 현수막, 소각하면 1급발암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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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잠실사거리에 붙어 있는 선거 현수막과 벽보들. /사진=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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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를 닷새 앞둔 2일 서울 잠실사거리 앞. 눈길을 어디에 둬도 선거 관련 현수막이 있었다. 인근 아파트 앞에는 구역마다 공보물들이 줄줄이 붙어 있었다. 길을 가다 멈춰서 현수막이나 공보물을 읽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우편함에는 찾아가지 않은 공보물이 여럿 박혀 있었다.

이날 잠실의 백화점을 찾은 시민 최모씨(42)는 "무용지물에 가깝다"며 "요즘은 온라인으로 후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다 나오는데 왜 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38)도 "TV, 인터넷 뉴스로 공약을 확인한다"며 "벽에 붙은 포스터를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은 없다"고 했다.

정당의 전쟁, 쩐의 전쟁인 선거는 '쓰레기 전쟁'이기도 한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선 서울에서만 약 ‘1만2700개’의 현수막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벽보와 선거복 등을 포함하면 훨씬 많은 쓰레기가 발생한다. 투표장에서 써야하는 비닐장갑도 쓰레기로 남는다. 지자체에선 폐현수막 등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환경단체 측은 선거에 쓰이는 일회용품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 재선거 폐현수막 920톤…‘고물상도 안 받는 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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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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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선거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폐현수막 개수는 약 1만2700개다. 서울시장 후보자 15명이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각 동당 2개의 현수막을 부착했을 때를 가정한 숫자다. 선거 독려 등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의 현수막과 선거 후 후보별로 각 동별로 1개씩 부착할 수 있는 감사인사 현수막은 별도다.

1만2700개의 현수막(길이 10m기준)을 한줄로 이으면 127km에 달한다. 선거철마다 현수막 쓰레기는 오래된 골칫거리였다. 선관위에 따르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사용된 현수막은 13만개이며,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는 3만개가 사용됐다. 선거가 끝난 뒤 '일회용' 현수막의 대부분은 소각되거나 버려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9220톤의 현수막 중 재활용된 현수막은 3093톤(33.6%)에 그쳤다. 21대 총선에서 폐현수막은 1700톤이 발생했는데, 이 중 재활용된 것은 24%정도에 불과했다. 처리비용은 톤당 30만원가량인데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27억원,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5억원이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수막은 오염됐거나 세척 비용 문제로 재사용이 어렵다. 속칭 ‘고물상에서도 안 받는’ 물품으로 알려져 있는 것도 그래서다. 광진구의 한 고물상 관계자는 “현수막 같은 것은 받아도 쓸 데가 없다”며 "가끔 어르신들이 주워서 가져올 때가 있는데 모두 돌려보낸다"고 했다.


현수막 소각과정에서 1급 발암물질 나와…명함, 벽보까지 포함하면 쓰레기 더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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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에서 서울시장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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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만의 문제는 아니다. 폴리에스터(플라스틱) 등 화학섬유 원단으로 제작되는 현수막의 특성상 소각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1급 발암물질(다이옥신 등), 미세 플라스틱이 대기 중에 배출된다. 김태희 자연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공직선거법에 선거용품을 규제하는 조항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친환경 현수막’을 제작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제작 단가가 일반 현수막보다 2~3배 이상 비싸고, 원단이 약해 외부에서 비바람을 견뎌야 하는 선거용 현수막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친환경 현수막을 제작하는 ‘퍼블릭아이디’의 조용민 대표는 “친환경 현수막에 사용되는 소재는 고밀도 폴리에틸렌인 '타이벡'이라는 소재인데, 인체에 무해하고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미싱(재봉질)이 어렵다"며 "대부분 친환경 현수막은 나무 막대에 탄탄하게 묶는 것이 어렵고 훼손 우려가 쉬워 실내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함, 어깨띠, 선거복 등 ‘일회용’ 선거용품을 포함하면 쓰레기의 양은 더 늘어난다. 동대문구의 한 선거복 제작업체 관계자는 “선거복은 최소 100벌 이상 주문해야 단가도 내려가고, 제작이 빨라져 사용수량보다 많은 양을 주문하는 곳이 많다”며 “특수한 용액을 사용해 후보자 이름을 쓰기 때문에 재활용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비닐장갑도 있다. 20대 총선에 이어 재선거에서도 코로나19(COVID-19) 방역 차원에서 시민들이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투표를 한다. 이번 선거 유권자는 약 1143만명으로,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한 손에 한 장씩 2286만장이 쓰이는 셈이다.


지자체 폐현수막 재활용 고심…환경단체 “쓰레기 자체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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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대 총선 당시 서울 노원구 상계1동 제7투표소에 쌓인 비닐장갑.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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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재선거를 앞두고 폐현수막 재활용 계획을 세웠다. 각 지역구와 업사이클링 기업을 연결해 재활용품을 만들게 한다는 계획이다. 녹색발전소 등 친환경업체와 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들어 지역에서 주최하는 친환경 장터에서 배포도 한다. 서울시 측은 “재활용도 하고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당들이 현수막 및 종이 홍보물 줄이기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선거경쟁을 벌이는 입장에서 먼저 나서기란 쉽지 않다. 2018년 3월엔 국회가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겠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상 읍·면·동마다 1매이던 현수막 게시 조항을 2배 이내로 바꾸기도 했다. 정부 차원에서 선거 쓰레기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단체 측은 선거에서의 일회용품 사용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코로나 재난문자도 모바일로 받는 시대에 플라스틱 현수막·종이 공보물·선거복이 선거에 꼭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일”이라며 “선거철 환경 문제는 일시적이라 수십 년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측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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