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반대로 제재 방안 못 담아
543명 희생…갈수록 상황 악화
한국 교민 철수 시작…항공 증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일(현지시간)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에 대한 군부의 유혈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군부의 폭력이 계속될 경우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리 15개 이사국은 이날 밤늦게 만장일치로 승인한 성명을 통해 미얀마의 “급격하게 악화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미얀마 군부에 “극도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2월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래 유엔 안보리가 이사국이 모두 승인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하지만 내용에서는 미얀마 군부에 “극도의 자제”를 촉구했던 지난달 10일 안보리 의장성명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회의를 거치면서 성명 초안의 내용이 대폭 후퇴된 점도 지난달 성명과 닮은꼴이다. 영국이 마련한 초안에는 더욱 강경한 어조로 미얀마 군부를 비난하고, 제재 등 유엔 안보리의 추가 조치 가능성을 언급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에도 초안 내용에 반대했다. AP에 따르면 중국은 성명에서 “추가 조치”라는 언급을 삭제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초안에 담긴 “살인” “개탄” 등의 단어도 수위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미얀마 군경 사망자도 발생했음을 강조하며 “모든 행위자가 폭력을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얀마에서 하루 최대 시민 사망자(114명)가 나온 지난달 27일 군부가 개최한 ‘국군의날’ 행사에 참석한 몇 안 되는 나라다.
미얀마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안보리 첫 성명이 나온 지난달 10일 기준 미얀마의 사망자 수는 59명이었다. 당시보다 10배가량 많은 543명이 1일까지 목숨을 잃었다. 미성년 사망자도 43명에 달한다. AFP통신은 “안보리의 입장은 지금까지 군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반군부 전선을 형성하면서 대규모 내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유럽에 이어 한국 교민들도 미얀마에서 철수하면서 ‘미얀마 엑소더스(탈출)’가 현실화되고 있다. 신한은행 양곤지점에서 근무하던 미얀마인 직원의 총격 사고도 영향을 미쳤다. 미얀마국제항공의 인천행 임시 항공편은 예약이 완료돼 정부는 항공편을 기존 주 1~2차례에서 주 3차례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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