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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살해→사망” “내정 불간섭 환영”…중, 국제사회 미얀마 규탄 ‘물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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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군 유혈극에도

왕이 외교부장, “압박해선 안돼”


한겨레

1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시위 진압 경찰이 탄 트럭이 텅 빈 거리를 지키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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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군이 벌이고 있는 유혈사태를 두고 중국과 국제사회의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중국 쪽은 왕이 외교부장이 직접 나서 ‘내정 불간섭’ 원칙을 강조하는가 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비판 성명 내용도 대폭 물 타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왕 부장은 전날 중국을 방문 중인 히샤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외교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은 미얀마에서 발생한 폭력 유혈사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각 진영이 절제력을 발휘해 상황이 격화하는 걸 피하기 바란다”며 “국제사회는 내정 불간섭이란 기본적 원칙을 전제로 미얀마의 정치적 화해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지, 압박을 가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지난달 31일 푸젠선 난핑에서 역시 중국을 방문 중인 비비안 발라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만나서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미얀마 사태에 대해 내정 불간섭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며 “아세안 특유의 대응방식을 지속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중국은 지난 2월1일 미얀마 군부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몰아내고 헌정질서를 중단시킨 이후 지금껏 이를 ‘쿠데타’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1일 성명을 내어 “미얀마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평화로운 시위대를 겨냥한 폭격과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수백명이 사망한 것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틀에 걸친 격렬한 논의 끝에 나온 안보리 성명은 중국의 반발에 밀려 초안보다 내용이 상당히 후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초안에는 안보리 차원의 제재를 뜻하는 ‘후속 조처를 검토하겠다’는 문구가 포함됐지만 최종 성명에선 빠졌다”며 “중국은 민간인 수백명이 ‘살해됐다’는 표현도, ‘사망했다’는 식으로 수위를 크게 낮췄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쪽도 시위대 뿐 아니라 진압에 나선 군·경도 희생됐다는 내용 추가를 요구하며, 성명 논의를 여러차례 중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리의 성명이 ‘구두선’에 그쳤다는 비판에도 안보리 관계자는 통신에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목소리를 내는 건 대단히 중요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통신은 “쿠데타 발발 이후 지금까지 안보리가 세 차례나 만장일치로 성명을 냈지만, 미얀마 군부는 꿈쩍도 않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지난달 31일 안보리의 비공개 화상회의에서 “대학살극이 임박했다”며, 국제사회의 신속한 개입을 촉구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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