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재원 3명은 숙소 대피생활
총격을 입은 여성이 탄 차량.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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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군부에 의해 무자비한 시민 살상이 자행되는 미얀마에서 신한은행 지점 미얀마인 직원이 군이 쏜 총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진압군은 피해자가 정차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실탄을 사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한국 주재원들은 사고 직후 외부 활동을 전면 중지하고 숙소에 대피해 생활 중이다.
1일 신한은행과 미얀마 교민사회에 따르면 양곤 신한은행 현지인 직원 A씨는 전날 오후 5시 인야호 부근에 위치한 지점에서 회사가 제공한 퇴근 차량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평소처럼 도심 방향으로 진행하던 차량은 지점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유 칫 마웅 도로에서 보안군의 검문에 걸렸다. 당시 군이 행선지 등 몇 가지 질문을 하며 정차를 요구했지만, 차량 운전사는 상황을 모른 채 운행을 계속했다고 한다. 이에 군 병력이 차량을 향해 일제 사격을 가했고, 실탄이 운전석 부근에 앉아 있던 A씨의 머리를 가격했다. 그는 즉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현재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양곤의 한 교민은 “검문 불응을 이유로 군경이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마구잡이로 실탄을 발사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사고 차량에 은행 로고가 없었고 실탄 발사 방향이 운전자 쪽을 향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군이 한국 기업임을 인지하고 공격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측은 사고 즉시 양곤 지점을 임시 폐쇄했다. 2월 1일 쿠데타 발생 이후에도 현지 한국기업의 해외 입출금 업무를 위해 지점을 지키고 있던 주재원 3명도 숙소 한 곳으로 대피, 외부 출입 없이 은신 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주재원의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당분간 양곤 지점 업무를 본사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격을 입은 여성이 탄 차량. 페이스북 캡처 |
양곤 도심의 ‘센터 타워1’에 자리잡은 신한은행 미얀마 지점은 쿠데타 이후에도 최소한의 기본 업무는 유지해왔다. 민주화 시위 초기 일부 직원들이 시위대에 가세하면서 이탈하고 2월 중순 시민 불복종 운동(CDM) 여파로 주요 도로 봉쇄됐을 때에도 한국 주재원을 중심으로 송금 업무 등은 소화했다.
전날 신한은행 본사와 양곤 지점이 화상회의를 열고 미얀마 주재원의 단계적 철수와 관련한 긴급회의를 한 바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회의에선 사실상 내전을 앞둔 미얀마의 엄중한 정세를 감안해 지점 철수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다만 현지 직원만 남기고 떠날 경우 미얀마 중앙은행과의 소통 및 현지 여신 관리 등 어려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보안방안을 마련한 뒤 다음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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