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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디지털화폐 빅뱅] 디지털화폐 생태계 확장일로, 비트코인 다음은 ‘NFT’? 경매시장서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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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7억원’.

위에 보이는 300메가바이트(MB)의 컴퓨터 JPG파일로 구성된 예술작품에 매겨진 가치다. 지난 3월 11일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라는 그림은 6930만달러(약 787억원)에 낙찰됐다. 생존 작가의 작품 중에서는 제프 쿤스,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세 번째로 비싸게 팔렸다는 기록을 세웠다. 판매된 작품의 형태도 고상한 액자에 담긴 실물작품이 아니다. 300메가바이트(MB)가량 용량을 가진 이미지 파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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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경매 시장 강타한 대체 불가능 토큰 ‘NFT’

이 작품은 작가가 2007년부터 매일 온라인에 게시해 온 사진을 모아 만든 콜라주 작품이다. 비플은 저스틴 비버, 케이티 페리와 같은 팝스타와 함께 작업을 했을 정도로 유명한 작가다. 그가 제작한 10초짜리 영상 ‘교차로’는 지난해 한 수집가가 6만7000달러(약 7500만원)에 사서 지난달에 리셀가 660만달러(약 74억원)에 되팔기도 했다.

암호화폐 맏형 비트코인이 자산시장에서 가격상승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면 디지털 소유권을 위시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열풍이 불면서 예술 분야를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19(COVID-19)와 맞물려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NFT가 ‘제2의 비트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NFT를 작품에 적용하면 작품의 소유권과 거래이력이 명시되기 때문에 나만의 디지털 작품을 갖게 된다. NFT가 일종의 인증서가 되는 셈이다. 원천적으로 복제를 불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썼으므로 가품이나 모조품도 나오기 어렵고 소장자만의 배타적인 독점권이 확실히 보장된다. 무엇보다 NFT는 미술작품의 판매와 유통이 이전보다 쉬워진 특성 덕에 이미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돌풍의 핵으로 성장하고 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전문지 ‘블로코노미(Blockonomi)’에 따르면, NFT 시장은 주로 게임과 예술품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규모는 2017년 3000만달러에서 2019년 2억1000만달러로 약 7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상자산이라는 점에서는 비트코인과 유사하다. 그러나 하나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테이블 코인(가치안정화폐) 등은 서로 동일한 가치로 거래할 수 있는 대체 가능한 토큰(FT, Fungible Token)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NFT는 각 토큰이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 고유한 자산을 의미하기 때문에 희소성을 가진다. 쉽게 표현하면 비트코인을 동전이라 하면 NFT는 각기 고유한 디자인의 그림과 일련번호를 새긴 기념주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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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로 거래될 작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뱅크시 작품을 불태우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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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를 활용한 미술품 경매 시장은 점점 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4일 미국 블록체인 기업 인젝티브 프로토콜은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작품 원본 <멍청이(Morons)>를 불태우고 해당 작품을 NFT로 만들어 암호화폐 228.69이더(약 4억3000만원)에 판매했다.

인젝티브 프로토콜 측은 “실물과 디지털 아트가 함께 존재한다면 실물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실물을 없애야 NFT 작품이 대체 불가능한 진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아내이자 가수인 그라임스도 경매에 붙인 디지털 그림이 20분 만에 580만달러(약 66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허스트도 NFT의 물결에 동참했다. 허스트는 자신의 작품 1만 점을 NFT 등 무형으로 세상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스트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5년 동안 비밀리에 ‘유동성(Currency)’이라는 프로젝트를 헤니(HENI)그룹과 함께 진행해왔다”며 “이 작품들은 지금은 창고에 잠들어 있지만 블록체인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허스트는 벚꽃을 그린 판화 8종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도입한 바 있다. 이달 초 진행한 온라인 판매에는 4000여 명의 구매자가 달려들어 7481점을 사갔다. 한 점당 3000달러(약 339만원)씩이니 2244만달러(약 253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셈이다.

NFT 열풍은 비단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국내 첫 NFT 적용 미술품은 최근 6억원에 팔렸다. 지난 3월 18일 미술 투자 서비스 기업 피카프로젝트는 지난 17일 오후 2시부터 18일 오후 2시 사이 진행된 NFT 미술품 경매에서 마리킴의 (2021)가 288이더리움(약 6억원)에 판매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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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시장의 시초로 평가되고 있는 게임 플랫폼 ‘크립토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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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을 자산화 가능

게임·예술·스포츠 등 분야에 활용


미술경매 시장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지만 NTF는 다양한 자산을 토큰화할 수 있다. 예술품이나 한정판 등 희소성 있는 수집품의 토큰화는 기본이며 온라인·모바일 게임에서 특정 아이템이나 캐릭터 등을 토큰화하거나 게임 내 가상공간이나 커뮤니티에서 부동산 등 특정 자산의 토큰화도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토큰화된 NFT 자산은 가치 평가와 거래 등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는 현재 가장 인지도 높은 NFT 프로젝트로 사용자는 가상 고양이를 수집하고, 기르고, 교환할 수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고양이는 각각 고유의 특징(나이, 종, 색)을 가지고 있으며, 사용자는 고양이를 교배시켜 가장 희귀한 고양이를 번식시키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2018년 9월 당시 약 17만달러(600이더리움)에 특정 고양이 캐릭터가 교환되기도 했다.

베트남 개발사 스카이마비스(Sky Mavis)에서 2018년 개발한 블록체인 게임인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는 가상의 몬스터를 수집하고, 훈련하고, 진화시켜 서로 싸움을 붙이는 것이 특징이다. 각 몬스터는 수백 개 이상의 특징(몸통 부위와 기술) 중 6개의 특징을 갖게 되며, 최적 조합을 활용해 상대방과의 결투에서 승리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엑시 인피니티 또한 현재 가장 많은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 NFT 게임 중 하나로, 작년 11월 7일에 특정 캐릭터 중 하나가 당시 시가 약 13만달러(300이더리움)에 거래되기도 했다.

예술업계에서는 오픈씨(OpenSea), 슈퍼레어(SuperRare),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 라리블 (Rarible) 등 NFT 작품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으며, MOCA(Museum of Crypto Art) 등 NFT 예술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가상의 전시회 공간 또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 외에도 축구(Sorare), 농구(NBA Top Shot), 야구(MLB Champions) 등 스포츠 스타 게임 캐릭터 또는 카드, 디지털 영상 등을 토큰화하여 소유, 구매, 거래 가능한 플랫폼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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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도시 트윗 한 줄에 31억원?

시장과열에 따른 버블논란도


토큰화 대상에 제한이 없는 NFT의 특성으로 다소 황당한(?) 거래가 진행되기도 한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자신이 15년 전 올렸던 세계 첫 트윗을 NFT 경매 시장에 내놨다. 원본과 복사본의 차이도 없는 이 짧은 토막글은 최고가 290만달러(약 31억원)까지 치솟았다.

일론 머스크는 한 노래를 트윗하며 이를 NFT 형태로 경매에 내놓자 입찰가가 112만1000달러(약 12억7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자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걸 파는 건 옳지 않은 것 같다, 패스(Pass)”라며 판매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렇듯 비트코인 광풍처럼 NFT 돌풍에도 우려의 시각은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미술품 경매를 통해 최고가 낙찰을 받은 작가 역시 NFT 시장의 버블을 경고했다.

지난 3월 21일 비플(본명 마이크 윈켈만)은 폭스뉴스를 통해 “NFT는 거품 상태”라며 “NFT기술은 혁신적 기술이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시장에 초기 진입하려는 사람이 많아 비이성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추가로 최종 낙찰가 6930만달러에 비플의 작품을 구매한 이 역시 메타코반(MetaKovan)이라는 가명의 메타퍼스 창업자인 것으로 드러나며 같은 업계의 큰손들이 버블을 키우고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NFT의 태생적인 한계 역시 지적된다. NFT를 생성하고 발행하는 다양한 프레임워크가 존재하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이더리움 블록 체인상에서 발행되고 거래되는 ERC-721 표준이다.

NFT의 최대 단점은 발행에 비용이 들지 않아 무제한으로 발행이 가능하다. 수요보다 공급이 압도적으로 많아질 경우 결국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비트코인과 같이 총량이 정해진 경우와 다르기 때문이다.

박소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버블이 걷힌 이후에 NFT는 암호화폐 생태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시각이 상당하다”라며 “NFT를 통해 이더리움 생태계에 진입하는 모든 신규 유저들이 이더리움 보유자가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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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기능 의심받았던 암호화폐

지급결제시장 제도권 입성 속도


금융연구원은 지난 1월 브리핑을 통해 “최근 은행은 물론 자산운용사 등 각종 금융회사의 비트코인 관련 사업 진출 및 서비스개발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비트코인 등 암화화폐가 갖는 지급결제 수단으로서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비트코인의 살인적인 가격변동성은 본원적인 화폐로서의 가치에 대한 의문부호가 따라붙는 것이 사실이다. 분·초단위의 가격변동은 교환하려는 재화의 가치를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결제시장에 진출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한 단점을 상쇄할 정도의 장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 외 지역 은행들은 스위프트 망을 통해 국제결제를 이용하고 송금을 주고받고 있는데 이를 통한 외화송금은 최소 1~2일 정도가 소요된다. 그에 반해 이더리움 기반의 토큰은 10분 안에 전송과 청산이 완료된다.

글로벌 주요 카드 브랜드사는 자사 지급결제망에 가상화폐 도입 및 가상화폐로 직접 결제가 가능한 거래환경 조성 추진 등 가상화폐에 기초한 금융서비스 출현으로 예상되는 지급결제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비자는 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기상화폐 관련 사업전략을 발표하며 지급결제망에서 광범위한 가상화폐 거래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민간 가상화폐 현금화 및 매매 서비스를 자사 지급결제망에서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비자는 현재 Crypto.com, BlockFi, Fold 등 35개의 가상화폐 관련 디지털 지갑 및 거래소와 업무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또한 글로벌 커머스 시장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및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등을 비자의 지급결제망 내 도입에 대하여 긍정적 견해를 표명하고 나섰다.

알 켈리 비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앞으로 5년 내에 가상자산은 극도의 주류가 될 것이며, 특히 이머징마켓에서 더 큰 잠재력이 있다”며 “비자는 크리덴셜을 이용해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비트코인 월렛과의 협업을 통해 비트코인과 여타 가상자산, 스테이블 코인 등을 현금처럼 사용하고 환전할 수 있도록 해 전 세계 7000만 곳 이상의 비자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터카드(Mastercard) 역시 차세대 결제수단으로서 가상화폐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해 자사 지급결제망에서 가상화폐 자체로 직접 거래가 가능한 지급결제인프라 구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최민지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향후 글로벌 지급결제시장에서 가상화폐 영향력 확대가 예상된다”면서도 “본격적인 가상화폐 도입을 위해서는 기존 결제수단에 상응하는 보안 수준 및 안정성을 확보하고 실질 결제수요 창출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가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보험시장도 확장 가능성




“비트코인 보험? 들어보셨나요”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암호화폐를 결제 및 투자 수단으로 채택하는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암호화폐 해킹, 도난, 사기, 분실 등의 리스크를 헤지하는 암호화폐 보험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암호화폐 보험이란 해킹 및 도난 등에 의한 암호화폐 손실이나 투자자 개인정보 유출 등 암호화폐 관련 광범위한 위험으로부터 기업과 투자자를 보호하는 상품이다. 현재 보험회사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대부분 법적으로 무허가이고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각종 이슈로 인해 제한적 범위에서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정보 분석업체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의 70%는 면허가 없거나 사업자 등록이 없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의 96% 이상이 암호화폐 해킹에 대비한 보험이 없는 상황이다.

개인보험보다 기업 대상 상품 위주

AIG, XL 케이틀린(XL Catlin), 처브(Chubb) 및 미쓰이스미모토 해상화재보험 등이 디지털 자산을 대상으로 보험상품을 제공하였으나 이는 기존 비암호화폐 영역에서 제공하는 상품 대비 보상수준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공되는 암호화폐 보험은 화폐 도난에 관한 범죄피해 외에도 암호화폐 관리에 관한 수탁보험, 개인정보 침해 등을 보상하는 배상책임보험 등 다양한 기업성 보험이 존재한다.

장윤미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현재 암호화폐 보험시장은 초기 단계이나 디지털 자산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증대되는 상황”이라며 “보험회사들은 암호화폐 보험의 성장 추이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7호 (2021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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