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경에 의한 시위대 '학살'이 발생하고, 소수민족 무장 조직에 대한 공습 및 대규모 난민 사태가 잇따르면서다.
30일 블룸버그 통신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지난 28일 카렌주 파푼 지역에 공습을 가했다. 이에 따라 카렌주 파푼 지역 주민 1만명 이상이 집을 떠나 피신했다. 이 중 3000여명은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갔고, 8000여명은 파푼의 숲속으로 피신했다. 소수민족 무장단체인 카렌민족연합(KNU) 약 1만명도 주민이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지난 27일 '미얀마군의 날' KNU가 미얀마군 초소를 급습하자, 미얀마군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전투기를 동원해 공습했다.
이에 따라 이날 하루 사망자만 114명이 발생했고,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군부 쿠데타 이후 전체 사망자 수는 510명에 달했다.
반쿠데타 거리 시위를 주도하는 민족 총파업위원회(GCSN)는 전날 소수민족 무장 단체들에 군부의 억압에 항거하는 이들을 도와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날 로이터통신보도에 따르면 GCSN은 KNU 등 16개 소수민족 무장조직에 보낸 이 서한에서 "소수민족 무장조직이 단결해 국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미얀마 내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주 그리피스 대학 동남아 정치 전문가인 리 모겐베서는 블룸버그 통신에 "대규모 시위가 내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민주진영의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임명한 사사 유엔 특사도 지난 15일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너무 절박해져 소수민족 무장 반군과 함께 군부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결정하게 되면 전면적인 내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미얀마 시민들의 평화 시위에 대한 군부의 반인도적 강경 진압이 이어지면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미얀마와의 교역 협정 이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30일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성명을 내고 "미국은 민간인에 대한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 보안군의 폭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2013년 미얀마와 체결한 무역투자협정(TIFA)에 따른 모든 교역 관련 약속을 즉각 중단한다"며 "이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복귀할 때까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얀마 군부의 평화적 시위 강경 진압에 대해 "끔찍하다"며 추가 제재 등 조치가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의 교역 중단은 최근 미얀마를 비판하는 국가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다. 지난 2월 쿠데타 발생 후 많은 국가들이 미얀마를 비판했지만, 대부분 규탄 성명에만 그쳤다. 미국과 EU 등 제재에 나선 국가도 군부 인사의 자국 입국을 불허하거나, 자산을 동결하는 수준이었다.
USTR에 따르면 TIFA는 지난 2013년 체결된 협정으로, 미국과 미얀마간의 무역·투자 사안 협력과 대화를 위한 플랫폼이다. 여기에 미국은 미얀마의 경제 개혁과 글로벌 무역 시스템 통합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타이 대표는 USTR이 군부 정권과의 TIFA 중단과 더불어 미국의 관세를 낮추고 특별 무역 접근권을 제공하는 일반특혜관세제도(GSP) 프로그램 폐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미 의회가 재승인 여부를 논의 중인 가운데 미얀마의 군부 정권 장악 상황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편 태국과 인도가 미얀마 난민을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에 본부를 두고 미얀마의 인권·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활동해온 인권단체 '버마 캠페인 UK'의 마크 파마너는 수천 명의 카렌족이 미얀마로 되돌아가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인권단체는 미얀마로 되돌려보내진 카렌족 주민은 2009명 정도라고 밝혔다. 미얀마군 공습을 피해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피신한 카렌족 난민 30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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