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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디지털화폐 빅뱅] 비트코인이 쏘아올린 ‘디지털 통화’ 시대, 투자자산 기능뿐 vs 화폐 시스템 근본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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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지난 2월 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한 보고서에서 자산 다각화와 현금 수익 극대화를 위해 비트코인 15억달러어치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자산의 일부를 디지털 자산에 더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그러자 암호화폐 시장이 환호하며 비트코인은 큰 폭으로 올랐다.

#비트코인이 월가에 데뷔한다. 운용 자산만 4조달러(약 4488조원)에 달하는 대형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비트코인 펀드’ 출시를 알렸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펀드 출시는 대형 IB 중 첫 사례다. 비트코인이 투기성 짙은 자산이라는 비판을 딛고 포트폴리오 다각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 등으로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제도권 시장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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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이 최대 화제다.

2017년 12월 중순 2000만원을 넘었다가 400만원까지 폭락했던 비트코인이 다시 급등해 6000만원대를 넘어섰다. 비트코인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암호화폐의 실체와 미래를 둘러싼 공방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재닛 옐런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암호화 화폐가 주로 범죄에 활용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규제를 예고했으나, 시장은 잠시 영향을 받는 데 그쳤다. 실질적 가치도 없고, 국가가 인정하지도 않는 가상화폐가 이렇게까지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 화폐 시스템과 경제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디지털 황금 vs 투기수단 불과

디지털화폐의 강점은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거래 내역을 보관해 불법 거래 등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장점이다. 때문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지속돼 왔지만 큰 호흥을 얻지는 못했다. 급격한 변동성 때문이다. 올 들어서도 비트코인은 며칠 사이에 수십 퍼센트가 오갈 정도로 가격이 불안정하게 움직이고 있다. 급격한 변동성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들이 화폐를 대체할 지불 수단으로 자리 잡기 힘든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앞서 테슬라 사례에서 보듯 이런 상황에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세계 온라인 결제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페이팔은 지난해 10월 가상 자산을 활용한 거래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페이팔은 이르면 올해 안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비트코인 캐시, 라이트코인 등 가상화폐 4개로 전 세계 가맹점 2600만 곳에서 결제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가격 변동을 최소화한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기술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보통 1코인에 1달러로 가치를 지정해 안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신용카드사 비자(VISA)도 이르면 내년 스테이블 코인 ‘USDC’로 결제하는 법인용 신용카드를 내놓는다. 앞서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결제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다는 의견도 많다. 기본적으로 이용자가 물건을 구매하고 가상화폐로 결제하면 실시간 환율로 가상화폐를 달러나 유로 등 일반화폐로 교환해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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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냐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냐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입지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실물 결제가 허용되는 곳도 잇따라 등장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속내도 복잡해지고 있다.

당장 정부가 통화정책을 약화하는 암호화폐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내재 가치가 없어 적정 가격을 산출하기 어려운 데다 시장가격도 투자자 기대에 따라 출렁거린다. 현금과 달리 사용층이 얇아 공모할 경우 거래 물량과 가격을 조작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앙은행의 정책목표인 ‘금융 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암호화폐를 공격하는 배경의 하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암호화폐는 내재 가치가 없는 자산”이라며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이상급등”이라고 했다. 투기 빼면 아무것도 없는 거품이란 뜻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은 투기적 자산이고 불법 금융에 쓰인다”고 했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상한 자금 세탁에도 연루된다”고 거들었다. 이런 비판은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반면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비트코인 등이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2009년 탄생한 비트코인은 한동안 화폐(교환의 매개)로 여겨졌지만 요샌 자산(가치저장 수단)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새로 붙은 수식어는 ‘디지털 금(金)’. 비트코인이 금을 빼닮았다는 주장의 근거는 희소성과 불변성이다. 최대 공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됐고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상자산이 결제수단으로의 기능까지 넘보는 상황이 벌어지자, 각국 중앙은행들도 가상자산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면서도 그간 추진해 왔던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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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폐는 지속가능할까?

가상자산은 태생부터 CBDC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관계보다 보완 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가상자산은 화폐라기보다는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하기 때문에 법정화폐의 디지털화 논의와 애초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CBDC 출현 시 디지털 금융거래의 생태계가 풍부해져 가상자산도 동반 성장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또 각국의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모든 금융거래를 정부가 모니터링할 수 있는 CBDC 도입 시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가상자산 수요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흥훈 블록체인밸리 대표는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수도 없고, 대체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비트코인은 달러와는 다른 쓰임새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금처럼 자산의 가치가 있으며 비트코인이 디지털화폐라고 해서 마구 찍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금 매장 및 채굴보다 더 한정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화폐는 여러 이점이 있다. 먼저 지폐나 동전을 찍을 때 드는 화폐주조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화폐의 액면가에서 주조비용을 뺀 ‘시뇨리지(화폐주조차익)’가 늘면서 중앙은행의 이익도 증가한다. 덤으로 실물 화폐의 보관과 운송 등 화폐 관리 비용도 큰 폭으로 줄어든다.

현금과 달리 추적이 어려운 불법자금을 찾아내거나 탈세를 방지하기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디지털 형태 특성상 화폐 보유와 거래 내역이 전산에 기록돼서다. 이 기록은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익명으로 남길 수 있지만, 이자 지급이나 소득세 부과 등 조세정책 시행 때문에 익명성이 일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개인정보가 전산망에 남는다는 점은 양날의 검이다. 외부 해킹이나 불법 민간인 사찰에 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전자금융조사팀이 지난 2019년 발행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보고서에도 “중앙은행은 오랜 기간 민간과의 거래가 제한돼 왔다”며 “방대한 개인정보를 취급하기 위한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기반은 블록체인 기술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그럼 블록체인 기술은 무엇일까. 간단히 설명하면 소규모 데이터들을 서로서로 연결된 체인 형태로 연결시킨 ‘블록’ 단위로 저장하고 관리해 개인이 임의로 수정하거나 해킹을 방지하는 컴퓨팅 기술이다. 블록에는 사용자들에게 전파된 모든 거래 내용이 기록돼 있고 이러한 블록들의 집합을 ‘블록체인’이라고 부른다.

기존 전자화폐 기술이 중앙 서버에 거래기록을 보관하던 중앙집중형 방식이었던 점과 달리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가상화폐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기록을 보여 주고 비교할 수 있어 위조를 방지하고 보안을 강화한 특징을 갖는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대표적인 화폐가 바로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에 사용된 기술에 기반해 다양한 기술추가와 변형이 이뤄진 코인들을 총칭해 알트코인이라고 부른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7호 (2021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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