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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기자의 눈] 사람 잡는 미얀마의 '민주주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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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이 27일(현지시간) 네피도에서 열린 국군의 날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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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의 말만 들으면 이만한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따로 없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지난해 총선에서 대규모 부정을 저지르고도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군부가 나섰다는 것이다.

이들은 1년 후 새로운 총선을 실시해 정권을 이양하고 깨끗이 물러나겠다고도 한다. 그야말로 위기에 빠진 미얀마를 위해 우국충정의 심정으로 나선 애국자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미얀마 군부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건 그들이 저지른 대규모 학살이다.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국군의 날'이었던 지난 27일 하루에만 100명이 넘는 시민이 목숨을 잃어 지난달 1일 쿠데타가 발생한 이래 하루 기준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쿠데타 발발 이후 지금까지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숨진 시민만 450명에 육박한다. 사망자 중에는 아무 죄도 없는 어린아이들까지 있었다고 한다.

민주주의는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옴을 그 원칙으로 한다. 그 국민을 상대로 학살을 저지르면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근 미얀마 군부는 국영방송을 통해 "청년들이 거리로 나온다면 머리와 등에 총을 맞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위협을 했다고 한다. 총칼을 앞세워 국민을 협박하는 민주주의가 있다니 한 번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미얀마 군부의 주장대로 NLD가 정말로 선거에서 부정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이 군부의 유혈 통치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수백 명의 자국민을 학살한 군부는 이미 집권의 정당성을 잃었다. 군부가 정권을 이양하는 것은 1년 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이어야 한다.
pb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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