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NN이 27일(현지시간) 미얀마 현지 언론인 미얀마 나우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미얀마 44개 도시에서 민간인 114명이 이날 숨졌다. 이는 지난달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래 하루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것이다.
27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에 저항하는 시위에 참가했던 참가자가 머리에 부상을 입고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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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공격으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이들 가운데 어린이들도 상당수였다.
미얀마에서 군부 반대 시위에 강경 탄압이 이어지면서 지난 27일 한 살짜리 아기가 고무총탄에 눈을 맞았다. [미얀마 나우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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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통신은 현지 매체를 인용해 만달레이에서 나온 사망자 가운데 5살 어린이도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한 살짜리 아기가 고무탄에 눈을 맞았다고도 전했다.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이날 만달레이에서는 군이 총격을 가해 집에 있다가 총에 맞은 13세 소녀가 숨졌다.
지난 27일 양곤에서 군부에 대항하는 시위에 참가하던 중 부상당한 남성이 병원으로 이송된 모습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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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은 원래 '미얀마 군(軍)의 날'이지만 시위대는 이날을 원래 이름인 '저항의 날'로 바꿔 부르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27일 미국 미네소타에서 미얀마인이 "우리를 죽이는 것을 멈추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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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자국을 점령한 일본군에 대항해 무장 저항을 시작한 날을 기념한 '저항의 날'은 1962년 군부 정권이 쿠데타로 집권한 뒤 '미얀마군의 날'로 이름이 바뀌어 불리고 있었다.
27일 네피도에서 열린 미얀마군의 날 행사에 참여한 군 최고 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가운데)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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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국영 MRTV는 시위대를 향해 "머리와 등에 총을 맞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고, 실제로 유혈 탄압이 벌어졌다.
시위대에서 사망자가 대거 속출하면서 이를 규탄하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얀마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단은 성명을 내고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 특히 어린이들을 살해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제76회 미얀마군의 날은 영원히 테러와 불명예의 날로 새겨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성명을 통해 "어린이를 포함해 아주 많은 사망자와 40곳에서 발생한 100여 명의 부상자, 대규모 체포 등에 대한 보고들을 접수하고 있다"며 "미얀마군의 날에 군이 미얀마 국민에 충격적인 폭력을 가했다"고 규탄했다.
미얀마 주재 미국 대사(윗 사진 오른쪽)가 시위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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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주재 미국대사인 토머스 바이다는 성명을 통해 "이번 유혈 사태는 끔찍하다"면서 "전문적인 군대와 경찰의 행동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린이들을 포함한 비무장 민간인들을 살해하는 것은 소름 끼친다"고 덧붙였다.
불교 성직자들이 27일 만달레이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모습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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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군부는 제76회 '미얀마군의 날'을 기념하며 군인과 무기들을 대거 동원해 군사 열병식까지 열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TV 연설에서 "안정과 안전을 해치는 폭력적 행위들은 부적절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사태 이후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지만, 구체적 일자는 제시하지 않았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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