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당신은 테슬라를 이제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 미국 이외 국가에서도 연내 비트코인으로 전기차를 살 수 있게 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머스크 CEO의 트윗 직후 테슬라의 미국 홈페이지에는 암호 화폐 ‘비트코인’으로 전기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버튼이 추가됐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테슬라 전기차의 가격은 3만7990~12만4000달러다. 비트코인의 한 개 당 가격이 5만3000달러 선(약 6000만원·26일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비트코인 3개면 테슬라 자동차를 무엇이든 살 수 있게 됐다.
비트코인 결제 버튼이 추가된 테슬라의 미국 내 결제 페이지. [사진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머스크와 테슬라는 줄곧 비트코인에 베팅하고 있다. 주식 시장 용어를 가져다 붙이면 테슬라는 비트코인에서 ‘롱(매수) 포지션’에 있다. 비트코인의 시장가치가 향후 더 상승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차량 구매대금까지 비트코인으로 받겠다는 일종의 도박성 전략이다. 심지어 머스크는 “자동차 판매대금으로 받은 비트코인은 환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회계기준으로 화폐 취급을 받지 못하는 비트코인이지만, 일단 최대한 쌓아놓겠다는 취지다.
테슬라는 지난달에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15억 달러어치(약 1조7000억원)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고 신고한 바 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테슬라가 구매한 비트코인 가치는 한때 26억 달러(약 2조9500억원) 수준까지 증가했다. 평가이익만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가 넘는 수준이다. 이는 테슬라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 7억2100만 달러(약 8150억원)보다도 많다.
━
테슬라, 알고 보면 제조 이외 분야서 수익성 높아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기록한 테슬라의 순이익 역시 전기차보다는 탄소배출권 판매로 인한 측면이 크다.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한 미국 13개 주는 친환경차 생산량에 따라 자동차 메이커에 탄소배출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전기차만 생산하기 때문에 탄소배출권을 쌓아놓을 수 있지만, 내연기관 차량을 판매하는 다른 완성차 업체는 외부에서 탄소배출권을 사들여야 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테슬라는 탄소배출권을 다른 완성차 업체에 팔아 지난해에만 15억8000만 달러(약 1조7400억원)를 벌어들였다. 순이익에서 탄소배출권 거래 수익만큼을 제외하면 테슬라의 연간 실적은 8억5900달러(약 9600억원) 적자로 뒤바뀐다.
테슬라의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추정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자크 커크혼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장기적으로 탄소배출권 판매는 중요한 사업 영역에서 제외될 것이다. 몇몇 분기에만 중요한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대자동차와 폴크스바겐·제너럴모터스(GM) 등 기존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생산을 늘릴수록 테슬라의 탄소배출권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머스크, 20년 전에는 온라인 결제 사업자
일각에선 테슬라가 전기차 제조업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 머스크는 예전부터 온라인 금융 시장에 대한 사업 감각이 남달랐다. 그는 2000년 창업한 ‘엑스닷컴’을 기반으로 미국 내 최대 결제 서비스 업체 ‘페이팔’을 만들었다. 2년 뒤인 2002년 이베이에 1억6500만 달러(약 20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1년에서 1년 6개월만 놓고 보면 비트코인을 통한 테슬라 전기차 구매 규모가 5%에도 못 미칠 것”이라면서도 “테슬라의 비트코인 선호는 소매 분야에서 비트코인을 활용하는 데 있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달 미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테슬라는 이제 자동차 회사가 아니다. 테슬라 주가는 비트코인 가치와 직접 연동돼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