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문제, ICJ 회부가 해결책… 한일 관계 회복에도 도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국가인권위원장을 만나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인권위 차원의 논의를 촉구했다. 이 할머니 등은 "ICJ 회부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방법"이라며 "충분히 승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26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면담을 위해 중구 인권위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추진위)는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최영애 위원장과의 면담 뒤 취재진과 만나 "최 위원장, 상임위원 등과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추진위 대표를 맡고 있는 이용수 할머니는 "30년 전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더 이상 내 입장에선 더 할 게 없다"며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서 잘잘못을 가리는 것밖에는 이제 대안이 없다.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최 위원장에게 말했다"고 했다.

김현정 대변인(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 행동 대표)은 "9월에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답을 최 위원장으로부터 들었다"고 덧붙였다.

추진위에 따르면 국제법 전문가들은 ICJ 회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대변인은 "최근 존 마크 램자이어 교수의 역사 왜곡 논란 때문에 위안부 문제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제 세미나 등에서 ‘ICJ 판단이 문제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며 "해외에서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위안부 문제의 해결책으로 여겨지고 있었고, 유엔(UN) 인권보고서에도 이같은 내용이 언급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 등이 26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면담을 마치고 나왔다. /이은영

추진위는 ICJ에 ▲위안부 제도의 국제법 위반 여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위안부 피해자 개인청구권의 유효성 ▲일본 정부의 국내 법원 배상판결 이행의 정당성 등 4가지에 대한 판단을 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승소 가능성에 대해 이들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재판"이라고 강조했다. 신희석 박사(연세대 법학연구원)는 "앞선 독일의 나치 범죄 관련 ICJ 판결과 마찬가지로 ‘위안부 제도는 국제법상 반(反)인도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설령 일본 정부의 금전적 배상 의무에 대해선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주게 되더라도, 위안부 제도가 국제법 위반이었다는 사실만 인정된다면 그에 대한 공식 사죄, 역사 교육 등 비(非)금전적 의무가 남아 위안부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승자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재판 과정에서 방대한 분량의 증거 자료와 피해자의 증언이 재판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ICJ 회부 자체가 역사 왜곡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진위는 ICJ 회부가 오히려 한일 관계 회복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한일 관계는 외교와 과거사 문제를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과거사 문제를 양국 정부가 아닌 권위있는 제3의 기구에서 다루도록 하는 것이야 말로 한일 관계가 발전적으로 갈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ICJ 제소 여부는 양국 정부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전향적인 검토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