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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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남성 A씨(44)는 헤어진 연인을 스토킹하기 시작했다. 전 연인의 집으로 새벽에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수차례 누르며 욕을 했다. 이후에도 한 달동안 A씨는 피해자가 싫다고 했음에도 따라다니며 교제를 요구했고 몰래 스토킹했다.
A씨는 피해자에게 59차례에 걸쳐 "어디다 신고하냐", "누가 망가지고 성공하는지 보자"는 등의 일방적인 문자를 보냈다. 또 피해자가 사는 주택 공동현관을 열고 들어와 문 앞에서 기다렸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A씨는 그를 흉기로 폭행했다.
당시 경찰과 검찰, 법원은 A씨가 헤어진 여자친구를 상대로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다고 봤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해 9월 A씨에 대해 경범죄처벌법위반 혐의로 징역 1년과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혐의 중 특수폭행에 대해서 징역형이 나왔고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으로 벌금형이 나왔다.
재판부는 "스토킹 범죄로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고 피고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희망하고 있다"면서도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정황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스토킹'은 그동안 경범죄 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돼 10만원 이하에 벌금에 그쳤다. 스토킹이 폭행이나 살인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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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 벌금형에 그치던 '스토킹', 22년 만에 '최대 징역 5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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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
지난 24일 스토킹 범죄자가 최대 징역 5년형을 받을 수 있는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99년 15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스토킹 처벌에 관한 특례법안’이란 이름으로 발의된 후 22년 만이다.
범죄에 해당하는 스토킹 행위를 규정해 처벌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시행일은 오는 9월이다. 그간 스토킹 행위는 경범죄 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됐다. 처벌은 1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에만 그쳤다.
제정안에 따르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직장·학교 등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글·말·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경우 '스토킹 행위'로 규정된다.
같은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것은 ‘스토킹 범죄’가 된다. 처벌 규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등이다. 흉기 또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해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앞으로 경찰은 스토킹 행위를 신고받으면 즉시 현장에 나가 제지하고 이를 지속·반복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해야 한다. 경찰은 스토킹 범죄 발생 우려가 있거나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직권으로 피해자나 주거지 등으로부터 100m(미터) 이내 접근 금지 등 긴급응급조치를 우선 취하고 지방법원 판사에 사후 승인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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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피해범위 확대했지만..."필요한 보호 대책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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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토킹범죄처벌법 제정 촉구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7.7/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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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여성단체들은 이번 제정안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대책을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반의사불벌 조항이 존속되고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이 법안에 포함되지 않는 등 피해자 보호의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여성의전화 측은 지난 24일 법안통과 직후에도 논평을 내고 "법률안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때만 ‘범죄’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피해자는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공포나 불안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또 "이번 법률안이 언뜻 동거인과 가족을 피해자의 범주에 포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스토킹 ‘행위’의 대상으로만 규정할 뿐 실질적인 보호조치는 어디에도 없다”고도 했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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