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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美 아래 뭉친 서방세계 中에 제재 폭탄…미지근 EU까지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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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던 EU, 뉴질랜드도 반중 전선 동참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 "EU와 매일 접촉"

블룸버그 "한-일 군사협력 가능성"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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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과의 앵커리지 고위급 회담 이후 기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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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22일(현지시간) 중국 전·현직 고위 관리 4명과 신장생산건설병단 공안국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탄압에 대해 책임 있는 관리들(왕쥔정 신장생산건설병단 당위원회 서기 등)의 자산을 동결하고 EU 지역의 입국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1989년 톈안먼(천안문) 사태 이후 32년 만의 제재다.

조셉 보렐 EU 외무장관은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은 우리가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태도를 보였다"며 "매우 유감스럽고 용납할 수 없는 태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을 옹호하고 심각한 침해와 남용에 대응하는 EU의 결의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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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보렐 유럽연합 외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EU의 중국 제재 조치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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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미국과 영국, 캐나다도 동일 인물을 대상으로 한 제재 조치를 동시에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영국, 캐나다 및 EU의 파트너들과 연대해 중국 제재 조치를 취했다"며 "이는 인권 존중을 위해 다자간 협력하겠다는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은 영어권 국가 5개국의 정보 동맹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의 외무 장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인권탄압 증거는 위성 사진, 목격자의 증언, 관련 서류 등 압도적으로 많고 명백하다"며 "파이브아이즈 5개국도 EU와 함께 조치를 취했다"고 성명은 밝혔다.



미온적이던 EU 32년만의 제재, 왜?



그동안 중국 문제에 미온적이었던 EU가 32년 만에 제재에 나서 주목된다. 여기에 '파이브아이즈' 국가 중 유일하게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위구르 문제에 대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던 뉴질랜드도 공동 명의에 동참했다.

동맹과 함께 중국을 제재하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EU와 뉴질랜드를 움직인 것이다. 미 국무부는 추가 제재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EU는 중국과의 교역을 고려해 아직 관계가 틀어지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이번 조치를 취했다"면서 "이는 인권이라는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동맹국 미국과의 교역 관계를 고려해 협력의 강도를 높여가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EU의 태도 변화는 이미 예고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혜원 국립외교원 교수는 "2003년부터 중국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오던 EU는 2010년대 후반부터 불만의 조짐을 보여왔다"며 2019년 EU 최고위급 인사들이 작성한 중국 전략 문서에서 중국을 공개 비판했고,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에 대한 비판적 자세를 선명히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이미 중국을 예의주시하던 차에 미국이 깃발을 들자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앵커리지 회담 후 두쪽 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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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2+2 회담. 왼쪽 테이블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오른쪽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자리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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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19일 미국과 중국의 알래스카 고위급 2+2 회담이 충돌 속에 끝낸 뒤 미국과 중국은 각각 동맹국을 '총동원'하고 있다.

EU는 특히 블링컨 장관의 유럽 방문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제재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23일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25일까지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유럽연합(EU)의 고위 인사들과 잇따라 접촉할 예정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중국 문제와) 관련해 유럽 국가들과 매일 접촉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중국도 가만 있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유럽 측 인사 10명과 단체 4곳에 대해 제재를 발표하며 맞대응했다. 알래스카 회담 이후 러시아와 북한, 중동과의 밀착 강도를 높이며 반서방 연대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23일 중국 외교부는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4일부터 30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을 공식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중동은 미국과 에너지·안보 등 민감한 현안이 교차하는 지역이다. 특히 이란은 미국과 핵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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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EU가 중국과 러시아 인사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한 22일(현지시간) 중국에서 만나 서방세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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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의 밀착도 심상치 않다. 이날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 방문 중인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함께 "서방 세계 등 다른 나라들이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이를 이유로 국내 문제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CCTV 등에 따르면 왕 부장은 "최근 며칠간 소수 서방세력이 잇따라 중국에 대해 흑색선전을 했다"면서 "그들이 거짓말을 지어내는 것으로 함부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냉전 이후 미국 EU 등 서방세계와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도 최근 반(反)서방 기류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보렐 EU 외무장관이 지난달 2~4일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지만 "러시아가 EU와의 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과 EU는 대러 제재에 착수했고 EU는 이날 중국 인사 4명과 함께 러시아·북한 인사들에 대한 제재 조치도 발표했다. 세르게이 장관은 왕이 장관과의 회담 직후 "러시아는 EU와 관계를 갖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도 썼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러시아에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러 관계는 전례 없는 긴장 관계로 들어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진영 대결 양상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美 요구에 한-일도 관계개선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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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오스틴(왼쪽부터) 미국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국방 장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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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장관은 이날 동맹국들과의 중국 제재 조치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을 첫 순방한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해 두 국가의 관계 개선과 협력을 촉구했다. 서욱 국방장관도 같은 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를 지키는 것은 한미동생을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한일 안보 협력도 소중한 자산이며 이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한국 국방장관이 일본과 군사협력 강화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과 중국의 군사협력이 막 움트기 시작한 가운데, 한국이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면서 난관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SCMP에 "(한국이)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군사교류를 늘리면 미국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며 "중국과의 군사교류는 해상 구조작전과 자연재해 부문으로 계속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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