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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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확정된 것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 등으로 인해 정권 심판론에 불이 붙으며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 지지세가 몰린 결과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후보에 앞서 가는 것으로 나오는 데다 이번 단일화로 인한 '컨벤션 효과'까지 맞물릴 경우 4·7보궐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10년 만에 서울시장을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 후보는 23일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역전을 거듭해 승리한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지난 10년간 정치인 오세훈의 철학과 비전이 여러 형태로 전달됐다"며 "저의 담금질 시간을 보신 분들이 이제 날개를 펼쳐 볼 시간을 한 번 주자는 판단을 해주신 듯하다"고 답했다.
오 후보는 그간 중도 성향의 합리적인 '개혁 보수'란 평가를 얻어왔다. 이로 인해 초반 당내 경선 과정에선 경쟁자였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비해 지지세가 약하단 비판을 받았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당시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중도층 표심에 호소한 전략이 먹혔다"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도 "당내 경선이 시민 여론조사 100% 방식으로 이뤄져 중도층에 확장성이 있는 오 후보가 선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후보로 뽑힌 이후에도 오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보수 진영 원로나 유튜버들과 연일 만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다.
제1야당 후보로서 프리미엄을 얻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로 오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로 결정된 후 지지율이 꾸준히 올라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3월 4일에 후보가 확정된 후에 우리 당 힘이 기반이 돼서 오세훈 후보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LH 사태로 정권 심판론에 불이 붙으면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 후보에게 더 힘이 실렸단 평가도 나온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는 정권 교체로 가는 교두보'라 주장한 오 후보와 조직력이 탄탄한 국민의힘에 지지를 보낸 셈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정권 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야권 변화의 중심은 바깥이 되기보단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는 것 같다"며 "이로써 누구든 야권 대선 주자로 나오고 싶다면 국민의힘이 바탕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이 같은 맥락에서 "안 후보가 전략을 잘못 썼다"며 "차라리 초반부터 입당 가능성을 열어놨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안 후보가 되면 국민의힘은 후보를 못 내는 정당이 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무소속으로 나간다고 할 수 있다"며 "정당 자체가 흔들릴 수 있으니, 야권 지지자들의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후보가 시정 운영 경험을 적극 내세운 것도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던 10년 전 과오를 거듭 사과하면서도 관록이 있다는 점을 내세운 게 통했단 뜻이다. 서울 강남병을 지역구로 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임기가 1년인 상황에서 준비된 시장이란 점이 컸다"며 "10년간 고생한 진심도 느껴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 후보가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도 상당하다. 일단 여권은 오 후보 처가의 내곡동 땅 보상 의혹에 대한 공세를 높이고 있다. 오 후보가 비록 이날 "조직 선거, 흑색선전 선거, 괴벨스식 선동 선거"라고 반박했지만 LH 사태로 인해 분노한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대목이다.
여론조사상으로 유리하지만 집권여당에 비해 제1야당이 가진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도 난관 중 하나다. 당장 민주당의 서울 조직은 국민의힘에 비해 압도적이다. 이르면 4월 초에 4차 재난지원금이 풀릴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단일화는 성공했지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줄지도 미지수다. 양당은 단일후보 결과가 어떻게 되든 통합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희수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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