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본선 승리하면 '대선 사령탑' 예약
홍준표·김무성·이재오 '구주류' 타격
국기에 대한 경례하는 오세훈과 김종인 |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꺾고 승리하자 당내에선 "김종인의 매직이 다시 한번 통했다"(정진석 재보선 공관위원장)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실제로 '안철수 바람'의 기세에 밀려 후보조차 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보였던 작년 말만 해도 오 후보의 낙승은 상상하기 어려웠던 결과다.
본선이 남았지만, 김 비대위원장의 손에서 또다른 '승리의 역사'가 쓰여지게 된 셈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오 후보의 승리는 "정치의 상식"이라며 "내가 이 당에 와서 한 기여의 90%를 했다. 이제 10%만 남은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으면서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승리에 핵심 역할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등을 지고 나서 민주당으로 이적, 2016년 비대위 대표로서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로 20대 총선 대역전극을 일궈내며 정치권 미다스의 손으로 떠올랐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김종인 |
◇ 승부사 김종인의 '뚝심'…"문제는 타이밍이야"
'추격자'로 레이스를 시작한 오 후보가 '대세 안철수'를 꺾고 올라선 배경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특유의 뚝심, 판을 읽는 노련하고도 날카로운 감각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야권에선 나온다.
막판 혼전세에도 제1야당 후보로 경쟁력을 자신했던 김 위원장은 벼랑 끝 전술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식 '협상의 기술'을 구사했다. 막판에는 모두가 야권 공멸의 시나리오라며 만류했던 '3자 구도 카드'도 꺼내 흔들었다.
후보등록일(3월 19일)전 단일화가 불발되고 주말을 넘겨 평일로 여론조사를 가져간 것 또한 김 위원장의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후보들 간 대국민 합의가 깨진 데 당 안팎의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해서도 김 위원장은 '타이밍'을 기다려야 한다는 소신으로 밀어붙였다고 한다.
당내경선 이후 오 후보의 거침없는 추격세와 당 지지층 결집력을 토대로 일주일이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사실상 룰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유무선 비율, 적합도·경쟁력 등 논쟁은 전부 '레버리지'에 불과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안 후보로 하여금 자꾸만 '김종인 상왕론'을 거론하고 오 후보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도록 '도발'한 것 또한 김 위원장의 연출이 녹아있다고도 측근은 전했다.
물 마시는 홍준표 |
◇ 본선도 승리하면…대선 사령탑 추대, 홍준표·김무성 입지 축소
마지막 관문은 4월 본선이다.
막강한 집권 여당의 조직력을 넘어 10년 만의 '서울 수복'을 이뤄낸다면 국민의힘은 차기 대권 구도를 아우르는 야권의 '큰 어른'으로서 입지를 굳힐 것으로 전망된다.
본선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의 버팀목이 될 전당대회 국면에서 '김종인 재추대론'이 탄력을 얻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함께 나온다.
반면 '김종인 비대위'와 대립각을 세워온 보수의 구주류는 입지가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당장 홍준표 의원은 복당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과 함께 김종인 위원장의 퇴진을 공개 요구했던 김무성 전 의원도 정치적 활동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후보 단일화 입장 요구하는 김무성 이재오 김문수 |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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