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국의 학자들이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위안부 강제동원을 증명하는 논문을 많이 발간했는데도 일본 우익은 자기들 말만 합니다. (학술적으로)더 나올 것도 없습니다. 일본이 함부로 못하는 미국에서 운동을 벌여 압력을 가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민병갑(79) 미국 뉴욕시립대 퀸스칼리지 교수는 그간의 연구를 집대성한 ‘한국 위안부: 군 위안소, 잔혹성, 그리고 배상 운동’의 출간을 기념해 21일(한국시간) 온라인 강연을 열고 이렇게 밝혔다. 역사를 뒤집으려는 세력의 ‘우기기’에는 ‘여론전’으로 맞설 수밖에 없고, 최적의 무대는 세계의 시선이 쏠린 미국이라는 이야기다.
미국에서 위안부 연구한 원로 사회학자 민병갑 뉴욕시립대 퀸즈칼리지 교수. 민 교수는 이달 26일(현지 시간) 그간의 연구를 집대성한 ‘한국 위안부: 군 위안소, 잔혹성, 그리고 배상 운동’의 출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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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교수에 따르면 일본군이 위안부 강제동원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사실은 학술적으로 완전히 규명됐다. 한국은 물론, 일본 학계에서도 관련 연구가 축적돼 있다. 일본군 위안소가 처음 세워진 1932년 기준으로도 조선인 위안부 대다수는 불법으로 동원됐다. 당시 일본의 법은 21세 이상부터 매춘업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는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증언한 한국 위안부 103명 가운데 93%가 20세 이하의 나이에 위안부로 동원됐다.
그럼에도 ‘위안부는 피해자가 아닌 자발적 매춘부’라는 주장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일본 정부와 우익이 부끄러운 역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학자들이 이를 뒷받침하는 논문을 써낸다.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 역시 마찬가지다. 램지어 교수는 위안부들의 매춘업소 계약 조건을 분석하는 논문을 내놓으면서 실제 계약서는 한 장도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우기기에 맞서는 방법은 진실을 알리는 것뿐인데 이러한 활동에는 한국보다 미국이 유리하다는 것이 민 교수의 생각이다. 미국은 아시아와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이 경제협력을 이용해 침묵하게 만들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홀로코스트 피해자 등을 중심으로 일본의 전쟁범죄에 민감한 여론이 이미 형성돼 있다. 민 교수는 “일본은 성노예라는 말(이 쓰이는 것)과 기림비를 무서워한다”면서 “중요한 데이터는 이미 나왔기 때문에 운동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학교에서 위안부를 가르치고, 교과서에 관련 내용을 넣는 활동들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민 교수는 “종종 ‘양국의 시각이 다른 것 아니냐’는 의견을 종종 전달받는다”면서 “절대 그게 아니다. 성노예는 (당사자에게)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일인데 (국가가)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넘어가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관계를 존중하면서 진실을 알리는 운동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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