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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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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600년 된 강릉 율곡매…시름시름 말라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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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율곡매 아래 땅 팠더니 콘크리트 수로관 등장

율곡 이이가 가꿨다는 매화나무…"수세 약해져 생명 연장 조치만"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눈발이 날릴 때부터 꽃을 피우며 봄을 예고하는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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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강원 강릉시 오죽헌을 찾은 관람객이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이는 율곡매를 살펴보고 있다. [촬영 이해용]



이 중 천연기념물 484호로 지정된 강원 강릉시 오죽헌 경내 율곡매는 구례 화엄사 화엄매(485호), 순천 선암사 선암매(488호) 장성 백양사 고불매(486호)와 함께 우리나라 4대 매화로 꼽힌다.

율곡매는 오죽헌이 들어설 당시인 1400년 무렵에 심어졌고, 신사임당과 그의 아들 율곡 이이가 직접 가꿨다고 전해진다.

율곡매는 봄날 오죽헌 경내에 흐드러지게 피는 모든 매화나무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몽룡실 옆 단 한 그루만 가리킨다.

2007년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율곡매는 해가 갈수록 피어나는 꽃이 감소하고 가지가 말라 죽어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관계기관은 2017년 봄 갑자기 율곡매의 잎이 피다가 쪼그라드는 등 수세가 약해진 것이 발견된 이후 회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2018년 율곡매 수세를 회복하기 위한 토양 조사 차원에서 땅을 팠더니 뿌리 아래로 콘크리트 수로관이 지나가는 게 확인됐다.

율곡매가 현재 위치에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1975년 당시 오죽헌 정화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변의 매화를 수로관 위에 옮겨 심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결국 뿌리 주변의 콘크리트 수로관은 제거했지만, 뿌리 아래는 나무에 직접 지장을 줄 수 있어 손을 대지 못했다.

율곡매는 현재 뿌리 일부만 살아 있고, 가지는 10%밖에 살아남지 않아 수명을 다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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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강원 강릉시 오죽헌 율곡매가 봄인데도 꽃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촬영 이해용]



강릉시는 최근 율곡매를 살리기 위해 문화재 전문위원까지 초청해 대책을 모색했으나 뾰족한 답을 얻지 못했다.

일부 전문위원은 율곡매 밑에 생채기라도 내서 가지가 나오도록 해보자는 의견을 냈지만, 오히려 생명을 단축할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율곡매의 후계목을 양성하는 것도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일부 가지를 잘라 접목을 통해 번식하는 방법도 있으나 뿌리에서 올라오는 힘이 약해 접붙이기를 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담 너머 율곡매의 씨를 발아시킨 매화가 있지만 율곡매의 유전자를 100%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매화나무의 유전자라도 시험해보려고 했지만, 국립산림과학원은 매화는 과일나무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할 수 없고, 농촌진흥청은 매화나무 유전자가 없다는 입장이라는 게 강릉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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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이랬는데
2009년 3월 19일 오죽헌 율곡매가 꽃을 활짝 피우고 자태를 뽐내고 있다. [촬영 유형재]



문화재청은 이번 주 오죽헌을 방문해 율곡매의 실태를 살펴보고 현장 대책 회의를 할 예정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율곡매는 뿌리 일부만 살아 있고 가지도 예전의 10분의 1 정도만 살아 있어 생명 연장을 위한 조치밖에 못 하고 있다"면서 "지금 상태에서 어떤 명의가 나타나서 마법의 조치를 하기 전에는 회복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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