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
22~27일 서울패션위크, 국보 옆 패션쇼 처음 허용
전문가 위한 전시 아니라 관객 눈높이에 맞춰
물리적 접근성, 마음의 거리감 개선위해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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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여는 패션쇼, 가능합니다. 애니메이션과 영화·웹툰을 전시로 연결하는 것도 국립중앙박물관이라고 못할 까닭은 없죠.”
아직도 ‘박물관은 어렵다’고 여기는 국민들을 위해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박물관의 문턱을 낮추고 문을 넓히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이를 위한 시도 중 하나가 ‘패션쇼’다. 프랑스의 국립 루브르박물관이나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파격적인 패션쇼나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속살을 내보이는 일이 잦다. 박물관도 알리고 오늘날의 시대정신과도 교류하기 위해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2일부터 오는 27일까지 비대면 디지털로 열리는 ‘2021 서울패션위크’를 위해 박물관 내부를 개방했다. 그간 박물관 앞마당을 패션쇼 장소로 내준 적은 있지만 국보 제83호 반가사유상과 삼국시대 유물이 전시된 박물관 전시장 안에서 패션쇼가 열리기는 처음이다. 서울경제와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10일에는 패션쇼 현장 촬영이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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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관장은 “열린 박물관, 소통하는 박물관을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이 박물관에서 보물 제360호 제천 월광사지 원랑선사탑비, 국보 제86호 경천사 십층석탑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상이 1,000만 뷰 이상을 기록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절대 망하지 않는 ‘3대 불패전(展)’이 인상파전, 이집트전, 그리고 공룡 전시라는 말이 단순한 우스갯소리는 아니다”라며 “가볍고 쉽게 즐기는 전시를 통해 문턱을 낮추고 자연스럽게 관람객의 발길이 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민 관장은 취임 일성으로 “전문가를 위한, 전문가만 아는 전시를 하지 말라”고 박물관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올해의 특별전 준비도 그런 점에 신경을 썼다. 5~9월에 열릴 예정인 ‘호모사피엔스: 진화∞ 관계&미래’ 특별전의 경우 “장황한 학설보다 한반도에 언제 사람이 살기 시작했고 농사는 언제 지었으며 우리의 조상이 누구인지.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명쾌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의 초상화 전문 박물관인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 대표 소장품을 전시하는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4~8월)’에서도 “우리는 터럭 한 올까지 정확히 묘사하는 ‘전신사조’의 인물화 방식이 있는데 영국은 뭐가 다른지, 그들은 왜 현대에도 초상화를 그리며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래 관람객인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어린이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이곳 어린이박물관은 주말 관람의 경우 1개월 전 일정도 몇 분 만에 ‘매진’된다. 민 관장은 “수요에 비해 공간이 협소하기에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한 문화 균형감과 과학의 원리를 함께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어린이박물관에서의 경험을 상설전시실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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