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기준금리 동결…브라질·터키·러시아 기준금리 일제 인상
신흥국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美경기회복 기대감 '강달러'도 부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선진국과 신흥국의 통화정책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과 18일 영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반면 브라질, 터키, 러시아가 18~19일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17일 정례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예상대로 현재 0~0.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다음 날 영국중앙은행(BOE)도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했다.
반면 같은날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에서 2.75%로 인상했다. 브라질의 기준금리 인상은 2015년 이후 6년 만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2.5% 인상을 예상했으나 예상보다 큰폭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같은 날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7%에서 19%로 대폭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1%포인트 인상을 예상했지만 실제 인상폭은 두 배나 컸다. 기준금리 인상을 반대했던 레제프 타입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0일 나시 아그발 중앙은행 총재를 전격 경질해 정치적 논란도 낳았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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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기준금리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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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19일 동결할 것이라던 시장 예상을 뒤집고 기준금리를 4.25%에서 4.5%로 인상했다.
브라질, 터키, 러시아가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유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브라질의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3.75%롤 크게 웃돌았다. 터키의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6%로 중앙은행 목표치 5%의 세 배를 웃돌았다. 러시아도 중앙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4%지만 2월 상승률은 5.7%를 기록했다.
반면 Fed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아직은 크지 않다고 밝혔으며 BOE는 2%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로 재정을 풀었고 이로 인해 늘어난 유동성이 원자재 등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고 인플레이션 충격이 신흥국에서 먼저 가해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1조9000억달러 대규모 부양책 집행에 돌입한만큼 올해 미국에 투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점도 신흥국들에는 부담이다. Fed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1984년 이후 최고치인 6.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미국의 장밋빛 경제성장 전망은 전 세계 투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미국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신흥국 인플레이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브라질 기준금리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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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기준금리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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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기준금리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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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올해 들어 브라질 헤알화와 터키 리라화는 통화정책회의 직전까지 달러에 대해 5% 안팎 약세를 보였다.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헤알화와 리라화 약세는 일단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 재정수지보고서(TIC)에 따르면 지난 1월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채권을 490억달러 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6개월 만에 매수 규모가 가장 많았다. 미국 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투자금이 미국 금융시장에 몰릴 조짐을 이미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들어 가파르게 오른 미국 채권 금리도 투자금을 유인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을 가속화시켜 신흥국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22일 유럽연합(EU) 의회 연설에서 "2020년 대봉쇄(Great Lockdown)가 2021년 그레이트 다이버전시(Great Divergency)로 바뀔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부국과 빈국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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