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영국으로 백신수출 금지할 수 있다" 경고
英 "비민주적 발상" 반발...접종률 유럽서 제일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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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유럽연합(EU)과 영국이 백신 수급문제를 두고 불화가 심해지면서 EU측에서 영국에 백신수출을 금지시킬수도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까지 보냈습니다. 영국 내에서는 19세기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이 재개되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죠. 앞서 브렉시트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을 겪으며 어려운 이혼을 선택한 EU와 영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분열이 더욱 심해지면서 EU는 영국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를 준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EU집행위원장 "백신 역외수출 금지 검토"[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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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등 외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독일 펑크미디어그룹과의 인터뷰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유럽에 먼저 인도되지 않으면 수출을 중단하겠다"며 "우리는 계획된 수출을 금지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AZ는 다른 나라에 백신을 보내기 전 유럽과 계약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해 영국정부가 EU로의 수출을 막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는 "AZ 백신은 생산이 불충분하고, EU에 잘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백신과 관련해 영국에 강한 경고를 보낸 것은 AZ백신 뿐만 아니라 EU에서 생산된 백신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나라가 영국이기 때문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지난 1월 이후 EU의 백신 총 수출량은 4100만회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 1000만회분 이상이 영국으로 갔다는 것입니다. 실제 백신 접종률로 따지면 영국은 EU보다 4배 이상 높은 상태입니다. 1차 백신 접종률로 비교하면 EU는 8.1%에 불과하지만 영국은 37.8%에 달합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앞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집행위에 EU조약 122조의 발동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이 조항은 EU가 지식재산권과 특허를 포기하고, 백신의 역외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지죠. 사실 해당 조항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발동된 적이 없다고 알려져있습니다. 그만큼 EU 역내 코로나19 백신 수급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죠. 이런 상황에서 브렉시트로 EU를 탈퇴한 영국이 막대한 양의 백신을 쓸어가는 것에 대해 매우 큰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英 "백신 수출제한 한적 없다"...EU "지브롤터 불법보조금문제, 제소할 것"[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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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영국 내에서는 '대륙봉쇄령'이 재개되고 있다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EU의 비민주적 발상이 영국을 위협하고 있으며 영국은 특별히 백신수출을 막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죠. 영국 보건부는 "EU로의 수출을 막고 있는 어떠한 조치에 대해서도 보고된 것이 없다"고 반박했고 AZ측도 외신들의 질문에 대해 전혀 답할 것이 없다고만 응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도 앞서 이달 8일 의회에서 "확실히 말씀드리면, 영국은 단일 코로나19 백신이나 백신 성분의 수출을 차단한 적이 없다"며 "영국은 코백스 퍼실리티에 5억4800만파운드(약 8625억원)를 기부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공식적인 수출금지는 없어도 영국이 AZ를 비롯한 자국 내 제약업체들에게 영국으로의 공급을 우선시하라 압박했을 것이라는 추정은 영국 내에서도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죠.
EU와 영국간 사이가 악화되며서 EU가 추가적인 제재조치에 나설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 텔레그레프지 등에 따르면 19일 EU집행위는 지난 2018년 영국령 지브롤터에 부과된 1억유로(1344억)의 불법보조금 관련 벌금이 현재까지 20% 미만만 상환됐다며 영국을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함께 EU국가 내 영국 투자기업들의 불법사항에 대해서도 감시를 강화할 것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지브롤터는 유럽 내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특히 법인세가 국경을 마주한 스페인(25%)보다 절반 이하로 낮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아 스페인과 EU 가맹국들의 불만이 제기돼왔습니다. 스페인과 유럽 각국 기업들이 본사 주소를 지브롤터로 옮겨놓고 세금을 회피해왔기 때문이죠. EU에서 2018년 이를 영국정부의 불법보조금 관행으로 규정해 벌금을 물렸지만, 당시까진 영국도 EU가맹국이라 벌금 회수를 독촉하진 않았었죠. 이처럼 영국과 EU의 불화가 점점 더 심해지면서, 향후 정말로 대륙봉쇄령의 재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죠.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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