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최대 적' 아라칸군 합류 여부가 최대 관건
'테러단체 삭제' CRPH도 소수민족에 러브콜
미얀마 소수민족 카친독립군 병사가 18일 카친주 내 군부 전초기지 인근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미얀마 나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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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미얀마 인구의 30~40%를 차지하는 소수민족 무장세력이 동족 학살에 분노해 무력 대응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다. 내전으로 비화할지 말지는 군부의 최대 난적인 아라칸반군(AA)의 합류 여부에 달려 있다. 이들까지 군부에 총을 겨눈다면 미얀마는 전쟁이라는 더 큰 비극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19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카친독립군(KIA)은 지난 11,15일 각각 최북단 카친주(州) 정부군 기지에 포격을 했다. 전날에도 병력이 주둔한 파칸 지역 경찰 초소 3곳을 급습했다. “시위대를 해치지 말라”는 거듭된 경고에도 이달 들어 카친족 남성 2명이 군의 총격에 사망하자 본격적으로 무장 투쟁에 나선 것이다. 군부도 즉각 포사격으로 응수한 데 이어 전투기까지 동원하는 등 강경 진압 의지를 분명히 했다.
18일 미얀마 사가잉주에서 친족 주민들이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사망한 동료를 애도하는 '세 손가락' 시위를 하고 있다.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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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과 카렌족의 분노도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친족 반군은 17일 군경의 실탄 사격으로 부족 시위대 4명이 숨지자 다른 소수민족 반군들과 연합 군사작전 논의에 들어갔다. 세계 최장기 내전(72년)을 이어가고 있는 카렌민족연합(KNU) 역시 준전시 상황에 돌입했다. 지난달 말부터 반(反)군부 시위대를 현장 호위 중인 KNU는 동족 사상자가 급증하면서 도심 게릴라전에 대비한 실전 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전 개시의 열쇠는 쿠데타 직전까지 정부군과 가장 치열하게 대치했던 AA가 쥐고 있다. 선수를 친 쪽은 군부다. 군은 쿠데타 직후인 지난달 5일 AA가 터를 잡은 라카인주의 인터넷 차단 조치를 594일 만에 풀었다. 이어 AA를 테러단체 목록에서 제외하고 지역 최대 정당인 아라칸민족당(ANP) 인사를 군정 의결기구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AA 내부 사정에 밝은 미얀마 소식통은 “군만큼 문민정부도 싫어하는 AA 입장에선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형제와 다름 없는 KIA가 항쟁으로 노선을 잡은 이상 AA도 금명간 거취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얀마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가 자체 임명한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 이라와디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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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의 발빠른 대처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측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도 소수민족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CRPH는 전날 AA를 포함한 소수민족 반군 전체를 테러단체 명단에서 일괄 삭제한 뒤 “힘을 합쳐 군부독재를 타도하고 연방제를 이루자”고 제안했다. CRPH는 자체 임명한 카렌족 출신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을 고리로 소수민족과 연방제 개헌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부의 계속된 유혈 탄압에도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 시위는 이날 제2의 도시 만달레이를 중심으로 멈추지 않았다. 미얀마 정치범 지원협회는 전날까지 224명이 군경의 총탄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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