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與도 野도 답이 없다"…서울시장 선거 '허경영 1%'의 의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머니투데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등록 시작일인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후보등록을 하고 있다. 보궐선거 후보 등록일은 이날부터 이틀간 진행되며 선거인 명부는 오는 26일 확정된다. 2021.3.18/사진제공=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0.71%. 허경영 국가혁명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해 총선 때 내세웠던 '국가혁명배당금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이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허 후보는 이 수치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을까. 허 후보의 득표율은 '정치 냉소주의'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허본좌' 서울시장 출사표

허 후보는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서울시장 후보등록을 했다. 페이스북에는 "서울시장 본후보 1등으로 등록하고 왔다"는 글을 남겼다. 후보등록 후 지지자들과 포옹을 하는 모습 역시 포착됐다.

곧바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공약을 공개했다. △20세 이상 미혼자에게 매월 20만원의 연애수당을 지원하는 '연애공영제' △결혼 시 결혼수당 1억원 지원 △18세 이상 국민 1인당 월 150만원의 국민배당금 △5000만원의 출산수당 지급 △부동산·자동차에 대한 보유세 및 재산세 폐지 △팔당댐에서 청평댐으로 서울 취수원의 변경 등이다.

허 후보는 "서울시장을 무보수로 일하겠다"라며 "판공비 100억원은 자비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누리꾼들 '환영'

온라인 일각에서 '정치 희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호의적인 반응이 섞여 있다. '단순 재미로' 환영하는 목소리부터 '진지하게' 지지하는 목소리까지 다양하다.

한 누리꾼은 허 후보의 '연애수당' 공약 기사에 "솔직히 출산율 세계 유일 0점대 국가면 연애수당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가 않다"라며 "윗 분들은 (이런 문제에) 신경도 안 쓴다"고 댓글을 남겼다.

머니투데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등록 시작일인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후보등록을 마치고 지지자들과 포옹을 하고 있다. 2021.3.18/사진제공=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워낙 똥을 많이 보다보니 이분이 정상으로 보일지경", "그래도 허본좌가 바싹 마른 선거판에 깨알같은 유머는 준다", "연애수당은 십년 후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한다에 한 표", "대통령은 아니라도 시장은 한 번 됐으면 좋겠네" 등의 댓글이 달리는 중이다.


포퓰리즘? 유사공약들 현실화?

허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댓글 등에서 보듯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시민들에 대한 배려는 없이 여야 간 단일화 공방, 후보들에 대한 흑색선전 등에 골몰하고 있는 정치판에 대한 환멸이다.

허 후보도 이 같은 점을 잘 파고 들고 있다. 그는 SNS에 공약을 공개하며 "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이 많다. 여도 야도 답이 없다"고 밝혔다. 연애수당과 관련해서는 "청년세대의 3포 문제(연애·결혼·출산)를 해결해야 경제가 활성화되고, 미래가 밝아진다"고 했다. 시민들이 '듣고 싶은' 말을 앞세운 셈이다.

그의 공약은 본래 '허황된 포퓰리즘'이라고 비난받았지만, 최근에는 일종의 '블랙코미디'가 됐다. 기성 정치권이 그의 공약과 유사한 공약을 내놓고 있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이미 '신혼부부에 1억원대 지원'을 약속해 '나경영'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허 후보의 핵심 공약인 '국민배당금'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이 연상된다는 평가다.


"생각보다 득표율 높을 수도"

머니투데이

허경영 국가혁명당 총재. 2020.12.23/사진제공=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허 후보가 생각보다 많은 표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당은 '조국·추미애-윤석열 사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을 거치며 국민에게 피로감을 줬다는 평가다. 야당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이후 여전히 구태 정치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이런 여야가 모두 싫은 이들이 반발심리로 허 후보에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허 후보의 국가혁명배당금당은 비례대표 득표율 0.71%(약 20만표)를 보였다. 허 후보가 '기성정치에 대한 환멸'에 따른 일종의 반사이익을 얻을 경우 1% 이상을 득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장 선거가 야권 단일화 이후 진보-보수 간 총력전 양상을 보일 경우에는 사표 방지 심리에 따라 허 후보의 득표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

허 후보가 포함된 여론조사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허 후보는 "여론조사에 (자신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무언가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허경영의 공약은 특별하기에 (기성 정치인들이) 무서울 것이다. TV토론이 기성 정당만 출연하는 독점 무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