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대행·유엔특사에
카렌족·친족 출신 기용
군부와 무력 충돌 늘어나
“전면적 내전 일어날 수도”
미얀마 군사 쿠데타에 반대하는 민주진영이 임시정부를 세워 군부에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주도해 만든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가 저항의 구심점을 자처했다. 이들은 문민정부 시절 외면해왔던 소수민족과 손잡고 군정의 시민 학살에 공동 대항하고 있다.
NLD 소속 국회의원 15명은 쿠데타 발발 나흘 만인 지난달 5일 군사정권을 ‘불법 정권’으로 규정하고 임시정부 격인 CRPH를 꾸렸다. 소수민족을 대표하는 정당 소속 의원 2명이 합류했다. 군부에 구금된 수지 고문이 국민 앞에 나서지 못하게 되자, 새로운 사령탑을 만든 것이다. CRPH는 미국 메릴랜드주에 국제관계사무소를 개설하고 군정 대신 CRPH를 공식 정부기구로 인정해달라고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CRPH는 이달 초 자체적으로 9개 부처 장관을 임명해 임시정부의 모양새를 갖췄다. 요직에 소수민족을 기용했다. 유엔특사로 서부 친주의 소수민족인 친족 출신 사사를 임명했다. 임시정부의 간판인 부통령 대행으로 소수민족인 카렌족 출신인 만 윈 까잉 딴 전 상원의장을 선임했다. 만 윈 까잉 딴 부통령 대행은 지난 13일 은신처에서 첫 페이스북 연설을 통해 “ ‘연방 민주주의’를 얻기 위한 이번 혁명은 우리가 힘을 하나로 모을 기회”라고 강조했다.
CRPH가 연방 민주주의를 내세운 것은 군부에 맞서 소수민족과 손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6~2019년 군부의 소수민족 학살을 외면해왔던 NLD에 소수민족 인권 문제는 집권 정당성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문민정부가 소수민족과 화해한다면 정당성뿐 아니라 소수민족의 군사력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로이터통신은 CRPH가 연방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미얀마의 여러 소수민족 무장단체 대표들을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쿠데타 당일 새벽 수지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구금해 대중 저항의 구심점을 차단하려 한 군부는 허를 찔렸다. 국제사회에 두 정부가 들어선 것처럼 보이기를 원치 않는 군부는 CRPH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군부는 CRPH 인사들에게 사형 또는 징역 22년형을 내리고, CRPH와 연락하는 이들도 징역 7년형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수민족 무장단체도 군부에 맞서고 있다. 현지매체 이라와디는 16일 미얀마 군과 카친족 반군인 카친독립군(KIA)의 무력 충돌로 카친주 인장양 마을에 살던 주민 200여명이 집에서 쫓겨났다고 전했다. 2018년 12월 양측이 휴전 협상을 시작한 이래로 잠잠해졌던 충돌이 다시 늘고 있다. 소수민족인 사사 유엔특사는 15일 스카이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소수민족과 버마족이 연합해 군부에 맞서는 “전면적인 내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부가 자신을 반역죄로 기소하자 17일 트위터를 통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10개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시민 불복종 운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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