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부검의 "지금까지 본 피해자 중 가장 심각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지난1월 11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과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2021. 1. 11. 한주형기자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양을 부검한 의사가 17일 법정에서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따로 부검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부검의 A씨는 "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신체) 손상 상태가 제일 심했다. 얼굴뿐만 아니라 몸통과 팔, 다리 곳곳에 맨눈으로 보기에도 심한 상처가 많이 있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정인양에게서는 학대가 오랜 시간동안 지속됐다는 걸 유추할 수 있는 상처들을 다수 발견됐다. A씨는 "머리 쪽과 갈비뼈에서는 과거에 발생했다가 치료가 되고 있는 골절도 발견됐다"며 "췌장에서도 사망일 최소 며칠 전에 발생했다가 치유 중인 것으로 보이는 상처의 흔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인양의 사인으로 판단된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으로 인한 췌장 절단에 대해 A씨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는 췌장이 절단될 정도의 복부 손상이 생기기는 어렵다"며 "특히 이번 사건처럼 장간막까지 크게 찢어지는 상처가 발생하려면 사고가 아닌 폭행이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양모 장씨 측은 정인양을 들고 있다가 떨어뜨려 복부 손상이 발생했다며 '살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씨 측 변호인이 반대신문에서 심폐소생술(CPR) 과정에서 복부 손상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자 A씨는 "CPR로는 췌장이 절단되는 정도의 강한 힘이 복부에 가해지기 힘들다"며 "다만 CPR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잘못된 방법으로 CPR을 시행할 경우에는 복부에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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