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역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AZ) 접종 중단을 검토하기로 했다. AZ 백신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유럽 주요국이 접종 중단을 속속 결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유럽 각국에서 AZ 백신을 맞은 뒤 혈관 안에서 피가 굳는 '혈전'이 생성된 사례와 관련해 유럽의약품청(EMA)의 AZ 접종과 혈전 발생 간 인과관계 조사 결과에 따라 AZ 백신 접종 중단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의약품청 조사 결과는 18일 발표될 예정인데, EMA는 16일(현지시간) "혈전 유발 징후는 없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박영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유럽에서 백신에 대한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기구인 '유럽의약품청'이 긴급하게 18일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며 "회의 결과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EMA 조사 결과에 따라 국내에서 접종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의에 "그것도 하나의 선택지로서 검토 대상에 들어간다고 이해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AZ 백신은 사망 신고와 접종 후 척수염 신고에 이어 유럽 각국에서 폐색전증 관련성이 제기되며 불신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폐색전증은 심부정맥 혈전이 폐 혈관을 막는 것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나 제조사는 백신과 혈전 간 인과성이 낮다고 발표했지만 영국 자료를 보면 화이자 백신은 접종자 1070만명 중 폐색전증과 심부정맥 혈전증이 각각 15건과 8건, AZ 백신은 접종자 970만명 중 각각 13건과 14건이 발생했다.
지난 7일 오스트리아에서는 동일한 일련번호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여성 2명에게서 혈전 관련 이상 반응이 나타났고 이 중 49세 여성이 숨졌다. 이에 오스트리아는 즉시 AZ 백신 사용을 중단했다. 이후 9일 이탈리아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하자 네덜란드 덴마크 등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일부 제조 단위 물량이나 전체 물량 접종을 중단했다. 또 15일에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도 일시적으로 접종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날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60만명을 넘어섰다. 접종자 중 95%인 57만5289명은 유럽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AZ 백신을 접종했다. 근육통 두통 발열 등 이상 반응은 8650건으로 AZ 8543건, 화이자 107건이다. 국내 사망자 16명 모두 AZ 접종자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AZ 백신 불신 배경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효과를 보인 화이자 임상 결과와 달리 60~70% 수준인 AZ 효능 △화이자·모더나와 달리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점 △국내 접종 후 사망자 발생 등을 꼽았다. 이런데도 국내에서 충분한 정보 제공이나 설명을 하지 않고 의료진에게는 화이자, 요양병원·시설 환자에게는 AZ 백신 접종을 진행해 논란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당국 결정에 어떤 편견이 작용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 국민 눈높이에서는 미리 충분한 정보 제공과 설명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AZ 백신에 대한 불신은 접종계획에 큰 부담을 주고 결국 집단면역 형성에 차질을 초래할 수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다음주 22일부터 접종이 시작되는 65세 이상 요양병원 입원 환자는 스스로 백신 접종에 동의할 수 없는 사례가 많아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현장에서 AZ 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동의율이 절반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교수는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비한 휴가 등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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