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예정지 등 수도권에 군부대 산재
"사전에 개발정보 알 수밖에 없는 구조"
"부대 이전 등 군 구조 개편에 영향 줄 수도"
"군 검찰, 차명 거래 등 수사할 방법 없어"
지난 9일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창릉신도시 예정 부지 인근 도로에 지장물 조사를 반대하며 "창릉지구 전면 취소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지역 주민대책위 사무실에 걸려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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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군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이 보이면서 군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수도권에 군부대들이 산재한 만큼 관련 의혹들이 동시다발로 터져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앞서 지난 15일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방시설본부(시설본부) 경기북부시설단 소속 군무원이 가족 명의로 사둔 땅(약 1200평)이 '고양 창릉신도시' 부지에 포함돼 매각이 결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해당 군무원은 신도시 발표 3년 전에 매입한 토지라면서 투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시설본부가 내부적으로 이 사안을 감사 중이다. 한 소식통은 "서욱 국방장관이 잘 살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의혹이 제기된 건에 대해선 관련 규정과 원칙에 따라서 조사하겠다"며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가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군 안팎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군 관계자는 "각종 군사시설 이전 등에 관여하는 시설본부는 물론 각 사단 작전참모 예하 군사시설보호구역 담당자들이 개발정보를 사전에 알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앞으로 여기저기서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기 신도시 개발이 예정된 수도권에 군과 협의 대상이 아닌 곳이 아마 없을 것"이라며 "실제로 주변 개발 사례들을 보면 층고 올리는 문제부터 시작해 군의 허가가 필요한 사항들이 상당히 많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과거 모 신도시 개발 때 유력 정치인의 부탁으로 한 부대가 이전한 사례 등도 있다"며 "시행업자들의 최고 난도 민원이 바로 부대 이전"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최근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는 군사시설 이전 문제 등을 다루던 예비역 장성과 영관급 장교가 LH에 전문위원으로 취업한 것을 두고 군과의 비리 연결고리가 있는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군 일각에선 국방부 내 군 구조 개편 현안을 다루는 부서를 취약지로 보기도 한다. 한 정부 소식통은 "현재 육군 사단 이동 등 부대 재편 과정이 한창인 상황에서 땅 투기 문제가 불거져 나올 경우 정책적인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군 구조 개편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국방부는 자체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부 대변인은 "국방부 및 시설본부, 각 군 관련 인원을 대상으로 부동산 투기조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군 내에선 "조사할 방법도 없고 역량도 안 된다"는 현실론이 우세하다. 군 관계자는 "현재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조사중인 정부합동조사단이나 특별수사본부에 국방부나 군 수사기관은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현역 군인이나 군무원 등은 군 내에서 자체 조사해야 하는데 군 검찰이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차명 거래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3기 신도시 정부합동특별수사 어떻게 이뤄지나 그래픽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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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6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선 가덕도 신공항 예정 부지의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가덕도는 군사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인데, 정부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방부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욱 장관은 "당초 국토교통부 중심으로 지정 변경 해제를 하게 돼 있어서,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에 대해선 국방부가 직접 하겠다는 의견을 내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철재ㆍ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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