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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문송합니다"... 코로나19에 더 죄송해진 인문계 취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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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1%포인트 낮아지면 대졸자 초임 4.3%↓
대학 수준 낮거나 인문계일 때 부정적 영향 더 커
코로나 이후 높아진 실업률... 영향 지속될 듯
한국일보

경기 침체로 인한 고용 상황 악화가 신규 대졸자들의 장·단기 임금 손실을 초래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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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고용 한파가 청년층과 대졸 신규 취업자들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하위권 대학 출신과 인문계 전공 출신일수록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실업률이 가파르게 치솟은 만큼, 향후 대졸 취업 예정자들의 어려움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실업률 1%포인트 높아지면 신규 대졸자 초임 4.3%↓


한국은행이 15일 공개한 '고용 상황 악화가 신규 대졸자에게 미치는 장·단기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침체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대졸자는 졸업 연도뿐 아니라 3, 4년 차 때까지 임금이 손실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1998년부터 2019년까지의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졸업 연도의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신규 대졸자의 초임(1, 2년 차 연간 임금)은 4.3% 낮아졌다. 이 영향은 3, 4년 차까지 이어졌는데, 해당 연도 졸업자들은 일반적인 노동시장 상황에서의 3, 4년 차에 비해 2.3%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경기가 나쁠수록 하향취업(취업자 학력이 일자리가 요구하는 학력보다 높은 경우)이 증가하고, 구직 활동 효율성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임금 손실 영향은 최장 5, 6년까지도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대졸자라도 상위권과 중·하위권 대학 출신이 받는 부정적 영향은 달랐다. 연구자들이 국내 대학을 상위권(대학평가 상위 30개), 중·하위권(나머지 4년제), 2년제로 나누어 분석하자, 실업률 상승이 상위권 대학 출신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하위권 및 2년제 대학 졸업자들의 경우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1, 2년 차 때 4~5%, 3, 4년 차 때는 2~3%가량의 임금 손실이 발생했다.

'문송합니다'... 인문계는 이공계에 비해 4, 5년 더 임금손실 겪는다


대학 전공별로는 인문계 출신이 가장 크고 긴 고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했을 때 인문계 출신 대졸자들은 평상시에 비해 6% 낮은 초임을 받았는데, 길게는 5, 6년 차 때까지 2, 3%가량의 추가 임금 손실을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이공계 출신은 1, 2년 차 시기를 지나면 실업률에 임금 수준이 큰 영향을 받지 않았고, 직업적 특성이 강한 의약·사범계열은 처음 취업했을 때부터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

과거 10년간 평균 3.5% 수준이던 실업률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4%까지 치솟으면서 당분간 취업 예정자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1월 기준 전체 실업률은 5%대로 대폭 높아지고 청년실업률은 9.5%까지 뛰어오르는 등 고용 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오 차장은 "최근 1년간 추이를 보면 청년층이 비청년층에 비해 취업자 수 감소폭이 훨씬 컸고, 취업의 질도 나빴다"며 "지난해와 올해, 내년 취업 예정인 대졸자들에게 상당 기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고용 대책은 이들을 고려한 방향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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