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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부킹닷컴·아고다 등 ‘똑같은 최저가’ 이유 있었다...갑질계약 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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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머니투데이

아고다 로고/사진=아고다 애플리케이션 캡쳐


#지방에 거주하는 A씨는 서울 출장을 앞두고 호텔 예약을 시도했다. 가장 저렴한 호텔을 찾기 위해 온라인여행사(OTA)인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의 홈페이지를 차례로 방문했지만 객실 가격은 모두 동일했다. 심지어 10원 단위까지 가격이 같은 경우도 있었다.

국내외 OTA들이 저마다 ‘최저가’를 주장하면서 동일한 가격에 객실을 제공해온 것은 호텔과 맺은 ‘갑질 계약’ 때문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조사에 나서면서 해당 OTA들은 문제가 된 조항을 스스로 수정·삭제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외 5개 OTA(인터파크, 부킹닷컴, 아고다,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가 국내 호텔과 맺은 계약을 심사해 최혜국대우(MFN) 조항을 시정했다고 15일 밝혔다.

MFN은 원래 통상조약 등을 맺을 때 한 나라가 특정 국가에 부여하는 가장 유리한 대우를 상대국에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행업계에서는 자사(OTA)에 제공하는 객실 조건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다른 OTA나 호텔 자체 웹사이트에 제공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조항을 뜻한다.

공정위가 서울·제주도 소재 16개 호텔을 방문해 이들이 OTA와 맺은 계약을 점검한 결과, 5개 OTA가 MFN 조항이 삽입된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호텔들은 △가격 △객실 수 △기타 조건을 정하는데 제한이 있었다.

예컨대 호텔이 OTA 'A사'를 통해 객실을 제공할 때 가격을 10만원으로 정했다면, 이 호텔은 자사 웹사이트나 다른 OTA를 통해 10만원 미만으로 제공할 수 없었다. 또한 A사에 10개 객실을 공급을 약속한 경우 다른 OTA에도 최대 10개까지만 제공할 수 있었다. 호텔이 A사에 특정 룸컨디션·취소조건 등을 적용했다면 호텔 자체 웹사이트나 다른 OTA를 통해 이보다 좋은 조건으로 객실을 제공할 수 없었다.

결국 호텔들은 판매경로와 관계 없이 동일한 요금, 조건으로 소비자에게 객실을 제공해야 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특정 OTA를 대상으로 객실 요금을 낮추는 등 적극적인 판촉전략을 시행할 수 없었다. 신규 OTA는 기존 OTA보다 낮은 객실 요금을 책정하는 등 방식으로 고객을 유치하기도 어려웠다.

김성근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시장 전반적으로 가격경쟁이 사라지고 소비자 후생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후 5개 OTA는 해당 조항을 수정 또는 삭제하기로 했다. 인터파크, 부킹닷컴, 아고다는 조치를 완료했고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은 시정할 계획이다.

인터파크는 모든 형태의 MFN 조항을 계약서에서 삭제했고, 나머지 4개 사업자는 ‘호텔 웹사이트보다는 같거나 유리한 조건으로 숙박상품을 제공한다’는 내용만 남겼다. 공정위는 호텔 자체 웹사이트가 OTA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객실을 판매할 경우 소비자가 OTA에서 숙박상품을 검색하고 호텔 웹사이트에서 예약을 하는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와 같은 ‘좁은 범위의 MFN 조항’은 허용하기로 했다.

김성근 과장은 “좁은 범위의 MFN 조항은 호텔 자체 웹사이트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전화, 방문, 이메일 안내 등으로 예약하는 경우 OTA를 통할 때보다 저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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