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시위 강경진압 이어가
시위대 없는 시위 군경의 잇따른 강경진압에 14일 미얀마 에야와디 냐웅돈 지역에서는 시민 불복종 운동을 지지한다는 팻말만 등장하는 ‘시위대 없는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냐웅돈 |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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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의미로 구성된 문민정부의 대표가 지난 13일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혁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부 강경진압에 또다시 사망자가 나오면서 쿠데타 이후 목숨을 잃은 시민은 100명에 근접한 것으로 추산된다.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의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이 나라의 가장 어두운 순간이지만 여명이 머지않았다”며 “수십년 동안 독재로부터 억압을 받았던 모든 민족의 형제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연방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이 혁명은 우리가 함께 노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CRPH의 지도자가 대중연설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RPH는 지난해 11월 미얀마 총선에서 선출된 의원들이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며 구성한 문민정부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족주의민주동맹(NLD)의 인사들뿐 아니라 다양한 정당의 인사들이 CRPH에 합류했다. 이들은 그간 미얀마 국경지역의 여러 민족 무장단체 대표들을 만나 연방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문민정부 지지를 설득해왔다. 동시에 국제사회를 향해 CRPH를 미얀마를 대표하는 정부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은 “부당한 군부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하나 된 힘으로 미래를 개척하겠다”며 “시민들이 (군부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권리를 갖도록 법률을 제정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 군부는 더 강경하게 시민들의 시위를 탄압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시위에서 최소 13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이어진 14일 시위에서 최소 5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현지매체 이라와디는 13일까지 사망자가 최소 92명이라고 보도했는데 추가 사망자가 나오면서 시민 사망자는 처음으로 세 자릿수에 근접했다. 체포된 시민도 21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시위는 1988년 랑군 공과대학에서 군부의 총격에 맞아 숨진 학생운동가 폰 마우의 죽음을 기리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폰 마우의 죽음은 같은 해 8월8일에 벌어진 대규모 반군부 시위인 ‘8888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소셜미디어에는 30여년 전 군부에 맞서다 사망한 그를 기리는 포스터가 퍼졌다. 시민들은 거리에서 촛불을 들거나 휴대전화의 LED조명을 켜고 연좌농성을 했다.
한 활동가는 로이터통신에 “그들은 비무장 시민들을 상대로 전쟁터에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며 “13일 사망자 중에는 13세 아이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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